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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논단

농촌소멸론과 마을만들기

2026.09.07
104
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기고자
성주인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6년 9월 4일
성 주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충남 보령시 웅천읍 성동2리에는 마을급식소라는 시설이 있다충남형 마을만들기사업으로 2023년도에 완공된 시설이다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에는 마을 주민 40명 정도가 이곳에 모여서 식사를 한다주민들이 함께 밥 먹는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의 안부를 나누게 되고자연스레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할 기회도 만들어진다성동2리에서처럼 농촌의 마을만들기 활동은 이 같은 주민들의 공동 식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성동2리에 마을급식소가 만들어진 건 보령시 차원에서 추진해온 깨끗한 마을 가꾸기 운동의 성과이기도 하다주민 스스로 기획하여 마을을 깨끗하게 변화시키고 농촌 공동체를 되살린다는 취지로 2015년부터 추진한 보령형 마을만들기가 그것이다이 운동에 성동2리는 2017년에 처음 참여하여 지금까지 마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성동2리는 쪽파를 많이 재배하는 마을이다쪽파 생산 후 방치된 폐비닐로 인한 경관 훼손불법 소각에 따른 환경 문제가 마을의 골칫거리였다깨끗한 마을 가꾸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주민들이 정해진 날짜에 모여서 마을 청소를 하고 폐비닐을 수거하기 시작하였다시에서 나눠준 꽃모종을 심어서 꽃길을 가꾸고 마을을 흐르는 성동천을 마을정원으로 조성하였다성동천을 구불구불한 자연형 하천으로 탈바꿈하는 일도 보령시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였다깨끗한 마을 가꾸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시작한 활동이 발전하여 마을급식소 운영까지 이르게 되었다.

 

성동2리처럼 마을 청소와 꽃길 가꾸기 같이 주민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출발하여 주민들이 마을 문제를 논의하고 해법을 찾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고역량을 갖춘 곳에는 필요한 마을 시설을 짓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마을만들기 정책의 공식으로 자리잡았다충남 같은 지역에서는 이런 단계적 마을만들기를 도 차원의 시책으로 2010년대 초반 도입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주민들의 역량이 만들어지기까지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농촌 마을만들기를 놓고는 여러 의문들이 제기될 법하다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심해져 장차 사라질지도 모를 마을의 공동체를 되살리는 노력이 의미가 있는지 회의론이 있을 수 있다농촌 문제의 핵심은 결국 소득과 일자리인데마을 환경을 가꾸고 주민 활동을 지원하는 일이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무엇보다 이미 농촌에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같은 시설이 있으며 일부 시설들은 유휴화되어 방치되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마을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도 예상 가능하다.

 

지금까지 성동2리에서 이루어진 일들은 이 같은 의문들이 농촌 현실에 제대로 기대지 않은 일면적인 진단일 뿐임을 말해준다마을이 좀 더 깨끗해졌으면 하는 바람부터 밥 한 끼를 이웃 주민들과 같이 나누며 안부를 묻는 일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서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 같은 것들이 농촌 주민들이 주로 기대하는 마을의 현안이다이런 일들은 농촌소멸을 이야기하는 10~20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야 할 일들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마을 관련 사업이 지방 사무로 이양되고 나서 농촌 마을만들기 시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중앙정부는 지자체 이양된 후 이건 지방의 일로 여기고 큰 관심을 갖지 않는 형편이다여기에 농촌소멸론까지 가세하여 농촌 마을만들기는 더더욱 관심 밖의 일로 여겨지는 지역이 많다그러나 보령시의 경험은 마을만들기가 오히려 꾸준히 이어가야 할 정책임을 보여준다.

 

농촌 마을만들기는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업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진행해야 할 축적형 정책이다. 주민들 스스로 해야 할 일들도 있지만, 노후한 시설의 개선이나 새로운 인프라 조성과 같이 행정의 지원을 요하는 사업들도 여전히 필요하다. 농촌소멸론은 마을만들기에서 손을 떼야 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어떤 방식으로 오래 이어갈 것인지를 다시 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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