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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브리프
K-푸드, 이제는 경험을 수출하자
|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26년 7월 13일 |
| 김 경 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얼마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그가 한국에 와서 먹은 저녁 메뉴는 의외로 ‘삼겹살에 소맥 한 잔’이었다.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이 아닌 홍대 인근의 평범한 식당에서 국내 기업인들과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소맥을 나눴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장면을 본 외국인들 가운데는 ‘왜 한국 사람들은 삼겹살을 좋아할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젠슨 황의 삼겹살에 소맥 한 잔은 농식품 수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삼겹살은 한국인이 가장 일상적으로 즐기는 외식 메뉴 중 하나다. 함께 고기를 굽고 쌈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문화다. 삼겹살을 함께 굽고 나눠 먹는 것은 한국 특유의 공동체 문화를 보여준다.
최근 해외 관광객들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보는 것보다 특정 지역의 음식을 현지인처럼 먹고 생활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들이 제주 흑돼지구이, 광장시장 먹거리, 한강 치맥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식 자체보다 ‘어디서 어떻게 먹는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부산 밀면과 돼지국밥이 음식 한 그릇을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를 경험하게 되는 관광 콘텐츠가 된 것처럼, 음식은 관광객을 지역으로 불러들이고 지역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일본은 스시를 팔면서 일본 문화를 함께 팔았고 이탈리아는 피자를 팔면서 이탈리아의 라이프스타일을 팔았다. 스페인은 하몽을 전통과 지역성이 담긴 경험과 문화 상품으로 발전시켰다. 삼겹살 사례는 앞으로 K-푸드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산 돼지고기는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이는 한돈 자체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겹살과 함께 소비되는 된장, 고추장, 쌈장, 소주 등도 수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삼겹살 한 상에는 의외로 많은 농식품이 준비된다. 상추와 깻잎, 마늘과 고추, 장아찌, 쌈장과 된장, 소주와 맥주가 한 상에 함께 오른다. 삼겹살 식문화는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축산물·채소류·소스류·주류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수출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칩 하나가 아니라 AI 생태계를 판매하듯이 우리 농식품 수출도 개별 품목 중심에서 경험과 문화 중심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스페인이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로 키운 것은 단순한 돼지고기가 아니라 하몽이라는 식문화였다. 소비자들은 하몽 한 조각을 먹으며 스페인의 전통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한다. 한국 역시 삼겹살 한 점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쌈장, 채소, 소주, 외식문화까지 함께 연결할 때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최근 해외 소비자들은 음식 자체뿐 아니라 조리 과정과 식사 경험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삼겹살과 쌈장, 채소를 함께 묶은 ‘K-바비큐 세트’와 같은 패키지 상품도 고려할 수 있다. 삼겹살을 맛있게 굽는 방법, 소맥 만드는 법, 쌈 싸 먹는 법 등을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식품 수출과 관광, 외식 프랜차이즈, 온라인 콘텐츠를 연계한 ‘K-바비큐 경험 수출’ 전략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식품 수출에서 필요한 것은 한국 식품의 스토리와 식문화를 함께 수출하는 것이다. 젠슨 황의 삼겹살에 소맥 한 잔은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다. 한국 식문화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식품과 문화, 체험이 결합될 때 소비자는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자체를 경험하게 된다.
K-푸드의 다음 경쟁력은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음식에 담긴 경험과 문화에 있다. 이제는 음식을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을 경험하게 하는 가치를 수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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