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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산업화의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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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농민신문  기고| 2008-08-01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7월1일부터 전통주에 대한 주세를 현행의 절반으로 인하하는 주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동안 높은 주세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영세업체는 물론 비싼 가격때문에 선뜻 전통주를 맛보지 못했던 애주가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민속주와 농민주제도를 통해 전통주의 부활을 시작한 지 20년여만의 큰 변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집집마다 술을 빚어 부모를 봉양하고, 길흉사며 손님접대에 사용했으니 오죽하면 한 고을의 인심은 술맛으로 짐작한다고 했을까.

 

이렇듯 누구나 필요에 따라 빚어 마시던 우리 술은 1909년 주세령이 공포돼 술 종류를 단순화하고 자가양조를 금지함으로써 그 무렵 약 12만2,000개나 되던 조선주 제조장과 36만6,700여명의 자가제조 면허가 폐지됐다.

 

이후 몇몇 주류업체들만 남아 대중주를 생산하거나 아예 수입주류에 의존하는 것이 우리 주류산업의 현실이다.

 

전통주가 없어진다는 의미는 지역의 원료 농산물은 물론 전통적인 양조법과 음주문화 자체가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즉 지역농업과 식품소비 그리고 국민건강과 생활문화의 연결고리가 단절됨으로써 지역공동체의 문화적 동질성이 무너지고,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행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민속주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받아들이면서 민속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또한 1993년에는 본인이 생산한 농산물로 손쉽게 술을 빚어 팔 수 있도록 농민주제도가 도입됐다. 그 후 20년간 전통주의 제조허가 문턱을 낮추고 유통규제를 완화한 끝에 민속주 및 농민주 허가업체가 230여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제대로 영업을 하는 업체는 60여개이며, 전체 주류 출고량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32%에 불과하다니 아직도 산업으로 정착했다고 판단하기 이르다.

 

흔히 술은 ‘음식의 꽃’이라고 한다. 우리 술을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으로 육성해 음식의 꽃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역사와 문화가 깃든 술을 빚고 지역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제조 및 유통규제를 좀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후된 시설의 개·보수와 질 좋은 양조 원료의 안정적 확보, 연구개발과 홍보판촉 등 영세업체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따른다면 우리 술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생산자 스스로가 장인정신을 가지고 술의 품질향상과 판로개척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평생을 주류 연구에 바친 팔순의 배상면주류연구소 배상면 회장은 지금도 ‘백시천개(百試千改)’란 휘호를 걸어놓고 수백번 시험을 하고, 수천번을 고쳐도 제대로 된 술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세 감면조치는 전통주 산업화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난 100년의 질곡에서 벗어나 20세를 맞은 우리 전통주가 맛·향·품질에 있어서 세계 그 어떤 술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당당히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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