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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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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우 산업이 한국 한우 산업에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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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상곤
KREI 논단| 2009년  7월  22일

전 상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최근 일본 네 개의 섬(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큐슈) 가운데 혼슈의 도호쿠(東北)지방에 위치한 몇 몇 지역의 화우산업을 돌아보았다. 전통적으로 일본 화우는 대소비지역인 도쿄와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왔고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고베규, 마쓰자카규, 오오미규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품질 쇠고기 생산에 적합한 도호쿠 지방을 중심으로 마에사와규, 센다이규, 야마가타규 등과 같은 신생 브랜드가 떠오르고 있다. 필자는 일본 소 사육과 관련이 깊은 지역인 미야기현(宮城현), 이와테현, 야마가타현 등을 차례로 방문하였다. 이 글에서는 이들 지역을 시찰하면서 일본의 화우 산업이 한국의 한우 산업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정리하였다.

미야기현 센다시이에 '(주)센다이 중앙식육 도매시장'이 있다. 도매시장을 둘러 본 후 한국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하였다. 첫째, 경매된 화우는 일본의 도체 등급상 고급육에 해당하는 A5와 A4 등급에 한해서만 '센다이규'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이하 등급에 대해서는 브랜드 없이 그냥 '화우'라는 이름만으로 구분되어 유통, 판매된다. 한국의 브랜드 한우가 등급에 관계없이 모두 하나의 브랜드에 유통되는 것에 비하면 센다이시의 브랜드 전략은 보다 세분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고급육만이 브랜드 이름을 걸고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국내 한우 브랜드도 고급화를 지향한다면 이러한 세부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둘째, 한국의 브랜드 사업에는 사육기반 붕괴를 우려해서 암소가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센다이시에서는 번식과 비육이 엄격히 분리되어 번식용 암소는 5산 이상 다산을 하는 경우가 많고 번식용이 아닌 암소는 비육시켜 브랜드에 포함되어 고급육 생산에 일조하고 있다. 한국 시장도 보다 고급육 출현을 높이기 위해서는 암소의 브랜드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일관사육 비율이 많은 상태다. 따라서 번식 기반 안정화를 위한 준비가 먼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셋째, 흔히 F1이라 불리는 화우 수컷과 젖소 암컷 사이에서 태어나는 교잡종 육우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화우와 교잡종을 구별하기 힘들며 유전자분석을 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소비지 시장에서는 화우와 교잡종 육우 모두 정확하게 표기되어 유통되고 있으며 육우가 화우보다 대략 반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수입육의 상대로 고가인 화우에 비해 저가인 육우가 선전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아 보였다. 한국의 육우가 홍보부족과 소비자들의 인식 저하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고품질의 한우 시장과 별도로 저가의 수입육과 경쟁할 수 있는 육우 시장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넷째, (주)센다시 중앙식육 도매시장은 도호쿠 지방에서 유일한 도매시장이어서 원활한 출하를 위해 출하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예약출하자가 일반출하자보다 우선한다. 한국의 경우 설과 추석과 같은 성수기에 출하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출하예약제와 같은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테현의 화우 대표 브랜드로 '마에사와규'가 있다. 이 지역은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소 박물관을 만들어 소의 역사를 소개하는 것을 기본으로 마을 곳곳에 소와 관련된 이미지를 장착하거나 내걸어 방문자로 하여금 이 곳이 소의 고장임을 한 번에 알아챌 수 있게 해 주었다. 약 10억엔 가량을 들여 지상 2층 규모로 건립한 소 박물관에는 소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 생태, 인문, 사회, 지리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화우 사육이 하나의 산업이지만 역사와 전통의 일부로 승격화시켜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또한 이 지역의 목장들 중 일부는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직영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한국도 다양한 브랜드가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보다 호소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처럼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화와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야기현에 축산 분뇨 자원화에 성공한 (주)히다카미 목장이 있다. 이 목장의 가장 큰 특징은 연간 3만톤의 가축분뇨 처리 능력을 가진 그린플랜 주식회사를 통해서 퇴비를 생산하여 인근 경종 농가, 도시 공원, 개인 주택의 정원, 도로면 녹화 등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애물단지인 축산분뇨를 자원화에 성공한 사례로서 향후 눈여겨볼만한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야마가타현 요네자와시에는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일본 식육 유통에 직접 진출한 요네자와사또축산이 있다. 이 기업의 특징은 생산자들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식육 처리 공장을 직접 설립하여 운영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식육유통에 대형화된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한국도 최근의 대기업 축산진출문제를 놓고 생산자들의 걱정이 큰 상태다. 요네자와사또 축산의 경우,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나름대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완비한 식육 가공 공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급속냉동 시스템을 개발하여 전국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택배로 직접 운배송하고 있어 유통 단계 간소화로 기업의 마진폭을 늘리고 있다. 한국도 택배송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한 직거래가 보다 활성화된다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요네자와시에는 아즈마 산록방목장이 있는데, 이 목장은 해발 560~830m에 위치하고 있고 면적은 60ha로 1966년부터 개설되어 운영중에 있다. 방목장은 5~10월에 운영되며 임신된 소만 받아서 주로 출산 전까지만 위탁 사육하는 곳이다. 이 방목장은 국고 보조를 받아 초원을 개량하여 산책길과 공원을 조성해 아이들이 견학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공원과 같은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해 주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겸업을 하는 위탁 생산자들에게는 다른 농사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한우산업도 많이 발전했다. 그렇지만 아직 대내외적인 위협요소가 적지 않다. 일본의 사례를 한국에 맞게 적절히 밴치마킹한다면 한우 산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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