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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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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곡물메이저와 우리나라 곡물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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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대섭
KREI 논단| 2010년 2월 19일
이 대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곡물거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세계적 규모로 연결시키는 소위 곡물메이저로 불리고 있는 대규모 곡물 유통업자들이다. 70년대에는 카길(Cargill), 콘티넨탈(Continental), 안드레(Andre), 루이스드레피스(Louis-Dreyfus), 쿡(Cook)이라고 하는 5대 곡물 메이저 외에 농협계 회사(FEC)도 있었다. 그러나 곡물사업투자 실패와 80년 대소련 곡물수출 금지조치에 의한 농업불황으로, 쿡사(77년)와 FEC(80년 말)사가 도산했다. 1990년대는 국제 곡물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콘티넨탈(Continental Grain)이 1998년 곡물부문을 카길에 매각하고 곡물사업에서 철수했다. 또한 안드레도 2001년 대두 사업과 관련하여 투자에 실패하면서 도산했다. 하지만 ADM과 벙기(Bunge)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적극적으로 기업의 합작투자 및 합병으로 국제곡물 사업에서의 입지를 확장하여 왔다. 최근 다국적 곡물메이저는 카길을 비롯하여 ADM, 벙기, 그리고 루이스드레피스(LDC)가 4대 메이저로 불리고 있다.

 

  국제적으로 곡물수출경쟁력의 우위성은 기업의 곡물 처리 및 선적능력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북미 지역 해상운송항 수출 엘리베이터의 선적능력은 2008년 기준 카길과 ADM이 각각 13.7%, 27.4%를 점유하고 있다. 4대 메이저 소유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항구 수는 24개로 전체 항구수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곡물 저장능력과 선적능력은 각각 46%와 4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카길은 8개 항구에 수출 곡물 엘리베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저장 및 선적 능력은 각각 20%와 17% 수준이다. ADM도 8개 항구에 엘리베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저장 및 선적 능력은 각각 12%와 13.5%를 보유하고 있다.

 

  다국적 곡물메이저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농지 등의 생산수단에 집착하지 않고 유통과정을 점유함으로써 국제곡물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둘째, 곡물거래가 신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거액의 거래에는 신용과 비밀보장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가족체제의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영방식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셋째, 곡물메이저들은 스위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곡물거래에 따른 자금결제를 대부분 동 법인을 통하여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스위스의 경우 법인세율이 매우 낮고, 외환거래가 자유로울 뿐 아니라 비밀계좌의 보유가 가능하여 곡물거래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최근 곡물메이저들이 유통하는 곡물이 국제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으며, 특히 농업생명공학기업들과 합작관계(카길과 몬산토(Monsanto), ADM과 노바티스(Novartis))를 추진하여 종자산업, 특히 유전자 변형 농산물까지 역량을 증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곡물생산의 기초인 종자에서부터 사료, 식용유지, 식품, 에탄올 생산 등으로 사업영역 및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과거부터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한 곡물의 생산, 가공, 포장, 운송 및 판매망을 일괄시스템으로 구축함은 물론 관련 곡물메이저와 합작투자 등으로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국제 곡물시장에서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제시장 상황 하에 순수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주요 곡물 수입은 연도별로 차이는 있으나 1천 3백만 톤에서 1천 470만 톤 정도로 대부분의 곡물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밀, 옥수수, 대두의 자급율은 각각 0.35%, 0.90%, 7.13%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08년 밀, 옥수수, 대두 수입량은 각각 270만 톤, 900만 톤, 130만 톤에 달하며, 이들 품목은 전체 공급량에서 수입된 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주요 사료 및 식용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고, 특히 밀과 옥수수는 거의 100%에 가깝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곡물 수입시장에서 곡물메이저가 차지하는 비중의 추이를 살펴보면, 밀의 경우 2003년부터 지속적인 증가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대두 역시 2006년까지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이후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나라 대두수입시장에서의 비중은 증가 추세로 전환되어 2008년 60%를 넘어섰다. 또한 옥수수의 경우 2007년을 제외하면 60% 이상의 비중이 지속되어, 전체적인 우리나라 전체 곡물수입시장에서의 곡물메이저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로 파악되었다. 더불어 공개경쟁입찰에서 최저가 낙찰방식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곡물수입에 있어 낙찰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옥수수의 경우, 평균 낙찰가격이 평년에는 곡물메이저가 낮지만, 가격 급등기에는 메이저의 낙찰가격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반면 밀은 평년과 가격 급등기 모두 메이저의 가격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메이저가 비메이저에 비하여 가격 및 시장 예측력이 뛰어나 비메이저에 비해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곡물 수입기관 및 민간업계에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곡물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안전한 곡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곡물생산은 대규모의 농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협소한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곡물에 대한 자급률을 높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세계 주요 생산국에서 직접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곡물 자립도를 증대시켜 국제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주요 개선방안으로는 첫째, 제반 유통비용을 나타내는 베이시스 거래를 활성화하고, 선물시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둘째, 궁극적으로는 직접구매로 생산지에서 수입항까지의 일괄 수입시스템을 구축하여 메이저 의존도를 감소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한국형 곡물기업 설립을 추진해야한다. 셋째, 정확한 국제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현실을 반영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의 협력관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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