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민신문 시론| 2014년 9월 17일 |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난 2월7일 미국의 2014년 농업법이 발효됐다. 이 법은 2018년까지 향후 5년간 미국 농업정책의 기본방향과 주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농업법의 특징은 우선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농업부문 재정지출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당초 분위기와 달리 그 감축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재정 사정은 어렵지만 농업재정지출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 고정직접지불은 폐지하는 대신 농업보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이다. 농업분야 재정지출은 크게 ‘국민영양’ ‘농업보험’ ‘환경보전’ ‘품목별 농가지원’ 네 부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농업보험 부문 재정지출만 증가됐다. 이는 세계적 기후변화와 무역자유화의 가속으로 인한 농가의 소득 및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안전망 수단으로 농업보험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농업보험은 1939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1980년 농업보험법 제정을 통해 국가가 농가부담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기 전까지는 지지부진했다. 이후에도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하다가 지금처럼 활성화된 것은 1994년 농업보험개혁법이 계기가 됐다.
이 법에 의해 농업보험 전담기관인 위험관리청(RMA)이 설치되고, 이 기관에 보험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 그 결과 수확량 감소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까지 보장하는 ‘수입(소득)보험’이 1996년부터 도입됐으며, 이후 다양한 보험상품들이 개발·시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농업법은 작물보험이나 수입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까지 보장하는 보충적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70여년의 농업보험 역사를 가진 미국도 지속적으로 상품 개발 및 제도 개선을 통해 농업보험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가축보험을, 2001년부터 농작물재해보험을 실시하고 있다. 2014년 현재 각각 16개 축종, 43개 품목이 보험대상이며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짧은 경험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과 더불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드러나고 있다. 첫째,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가입률이 낮다. 그 원인을 파악해 보다 많은 농가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농업보험의 성패를 좌우할 손해평가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셋째, 농업보험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추진체계를 갖춰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와 관련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과제로 정리해 장단기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그 일환으로 올 6월3일에는 농어업재해보험법이 일부 개정됐다. 주요 내용은 농업재해보험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관리 업무를 명확히 하고 관련 업무를 위탁할 전담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전문손해평가인력의 양성과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세부사항을 정하기 위한 시행령이 개정되면 전담기관이 지정되고, 손해평가사 자격시험도 시행될 것이다. 그러나 전담기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는 물론 농업보험 실무를 담당하는 보험사, 통계전담기관, 보험료율 산정기관 및 관련 연구기관 등 유관 기관 사이의 역할 재정립과 함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아울러 최종수혜자인 농업인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또한 손해평가사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자격관리와 공정한 운영으로 손해평가사가 자긍심을 갖고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 조치로 농업보험이 보다 견실한 농가 경영안정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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