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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약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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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대희

 

KREI 논단 |  2015년 6월 24일 
정 대 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2008~2010년 일본발 막걸리 붐이 현해탄을 넘어 우리나라로 역수입되면서 우리나라에도 막걸리 붐이 일었다. 당시 우리나라 막걸리 생산과 수출은 최고점을 달리고 있었고, 대학가에는 다양한 막걸리 집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2000년도 중반에만 해도 약 14만 ㎘ 정도 생산되던 막걸리는 붐을 타며 2009년 최초로 20만 ㎘를 돌파하였으며, 2011년에는 44만 3천 ㎘까지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막걸리 붐을 환영하면서도 단순히 붐으로 끝나지 않을까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의구심은 제품 다양성, 포장, 디자인, 품질 안정성, 유통기한 문제 등에서 기인한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 막걸리 시장은 2011년을 정점으로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1년 정점을 찍은 이후 매해 생산이 감소하며 2014년 생산량은 약 37만 7천 ㎘로 2011년도에 비해 15%나 감소하였다. 거품이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얻은 것들도 있다. 막걸리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에 관심을 가졌고 그에 따라 다양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당시 막걸리 산업의 한계점으로 지적되던 제품의 다양성, 제품 포장의 고급화 등의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 다행히도 다양한 제품들이 생산되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새로 출시되는 막걸리 용기의 디자인도 과거에 비하여 상당히 개선이 되었다. 단기간에 크게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 꺼짐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기반은 더욱 단단히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제품의 다양성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 보면, 흔히 우리가 주점에서 1병에 3~5천 원에 구매해 마시는 막걸리에서부터 1병에 2~3만원씩 하는 고급 제품까지 출시되어 수직적 다양성이 확보되었다. 3~5천원의 가격대에도 각 술도가 장인들의 노력으로 맛과 향이 차별화된 제품 그리고 각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하여 차별화하는 제품이 출시되는 등 수평적 다양성도 확보되고 있다. 애주가들 사이에서 ‘ㅂ’ 술도가의 어느 제품은 주점에서 1병에 약 2만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맛과 향 그리고 청량감이 뛰어나 스파클링 와인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선호되고도 있다. 대학로의 ‘ㄷ’ 주점에 가서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각 지역별로 이렇게 다양하고도 맛있는 막걸리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호기심에 다양한 막걸리들을 하나씩 마셔보면 맛도 상당히 개선이 되었다. 단순히 단맛을 첨가하던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향으로 풍미를 높이고 산도를 잘 활용해 맛의 균형도 잡아 세련되고 고급스런 술의 단계로 한걸음 도약하였다.

제품 디자인으로 각 술도가의 정체성(차별성)을 한눈에 확인하기는 여전히 아쉬운 느낌이 있지만 많은 노력으로 개선이 되고 있으며, 가격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는 제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남 ‘ㄷ’ 지역은 군에 직접 디자이너를 두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포장을 챙기고 있다. ‘ㄴ’ 업체의 막걸리는 뚜껑을 컵으로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어 실용성과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고급 제품군에서는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유리병으로 포장하여 제품의 격을 한 단계 높여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다. 다른 여러 가지 개선 사항들이 있겠지만 우선은 두 가지만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는 제품 표기와 관련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상표 보호에 관한 것이다.

제품이 다양화되고 있으나 소비자들이 다양화된 제품의 차이점을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일본의 사케나 유럽의 와인은 등급제가 있어 소비자들이 쉽게 제품을 구별할 수 있다. 우선은 수직적 등급표시제 보다는 본인의 입맛에 따라 쉽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수평적 개념의 표시제를 먼저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하여도 소비자들이 제품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막걸리의 경우에는 액체의 밀도감과 중량감 그리고 단맛과 신맛의 정도를 구별할 수 있게 바디감, 당도, 산도 표시제를 먼저 시행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다음으로는 지리적표시제의 활용이다. 과거 막걸리 붐이 일던 시절에 ‘ㅍ’막걸리는 상표가 일본에서 먼저 등록이 되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실제 이 막걸리가 지리적표시제에 등록이 될 수 있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이지만, 향후 또 다른 ‘ㅍ’막걸리가 나올 수도 있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국내에도 해당이 된다. 안동소주의 경우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되지 못하는 상품이다. 그에 따라 유사한 이름을 쓴 제품들이 마구잡이로 생겨나는 탓에 안동소주의 브랜드 가치가 많이 훼손되고 있다.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요건들이 있다. 그 요건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품질(명성)이 우선이 되어야 하고 생산도 지역과 그 지역 산물과 연계가 되어야 한다. 최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여 생산되는 막걸리들이 많다. 요건들을 잘 따져보면 등록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을 것이다. 지리적표시제를 통하여 상품의 인지도도 높이고 국‧내외적으로도 상표를 보호받아 상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품질관리에가 용이하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 농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필자가 막걸리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막걸리는 우리나라 전통주의 근본이 되는 술이기 때문이다. 증류주인 소주, 발효주의 맑은 부분인 청주 그리고 막걸리는 모두 같은 탯줄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가장 하류의 막걸리가 발전이 되어야 상류의 청주와 소주가 발전할 수 있다. 최근 희석식 소주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출시된 유자 소주, 블루베리 소주 그리고 자몽 소주 등은 취향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제품 그 자체로만 본다면 아주 잘 만든 술이다. 이러한 변화 또한 막걸리의 발전 방향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여름으로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 주말에는 좋은 사람들과 우리 막걸리 한 사발 시원하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지리적표시제는 WTO가 출범하면서 국제적으로 공식화된 것이며, 지리적표시제로 등록이 되면 배타적 권리가 부여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꼬냑’이나 ‘샴페인’, 영국의 ‘스카치 위스키’ 등은 모두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되어 보호받고 있는 상품들이기 때문에 꼬냑, 샴페인, 스카치 위스키와 같은 이름으로 이들 상품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상품도 수입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국내에서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되어 보호 받지 못하는 상품은 해외에서도 보호 받지 못한다. 그러나 지리적 표시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들이 필요하다. 우선은 해당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져 있어야 하고, 그 지역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제품의 특성이 발생해야 하며, 해당 제품의 생산과 가공이 해당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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