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4차산업혁명의 급진전과 농업의 미래
4480
기고자 최세균
KREI논단 | 2017년 1월 5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경영자문위원)


“새해부터 지각하겠어, 일어나야지.” 친근한 목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늘어나는 나홀로족이 전혀 외롭지 않은 세상이 오나? 스피커, 컴퓨터, 휴대전화, 로봇 등등 주변에 대화할 상대가 많아지고 있다. 이젠 스크린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기기를 작동시키던 신기한 방식도 저물고 말을 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작동시키고, 대화하고, 정보를 나누는 시대로 가고 있다.
 

자고나면 새로운 기술, 신상품이 나오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이세돌을 꺽은 인공지능이란 생소한 존재가 이제 상품이 되어 우리 곁을 채워나가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발달에서 1년은 긴 세월이다. 이론이 기술로, 기술이 상품으로 되는 기간이 급속히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음식, 로봇 조리사, 암 진단과 마취를 담당하는 로봇 의사, 인공지능 비서나 조교, 운전자 없는 자동차, 택배 드론 등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기술이며, 상품이다. 불과 몇 백 달러면 곁에 친근한 대화 상대를 두고 운전도 하고, 그를 통해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도 있다. 냉장고엔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제철소 용광로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가상현실 고글을 착용하면 슈퍼에 가지 않고도 슈퍼에 간 듯 쇼핑을 할 수도 있는 시대다.
 

이러한 기술발달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로봇의 지능이 인간을 추월하고, 인간은 로봇에게 지배받는 상황을 걱정할 수도 있다. 인간의 장기를 3D 프린터로 찍어내는 환상적인 상황이 기대되기도 한다. 슈퍼컴퓨터의 연산능력보다 1억 배 이상 더 성능이 좋은 퀀텀컴퓨터가 책상위에 놓일 수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무한 발전은 결국 인류와 지구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 사람도 있고, 이런 기술을 잘 이용하기만 하면 인류역사에서 어쩌면 처음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유토피아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일자리와 빈부격차를 먼저 걱정하는 분위기가 짙다. 생산의 자동화를 넘어선 지능화, 제품의 지능화, 로봇 일꾼에 의해 직업이 사라지고 실업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걱정은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다. 지난 1, 2, 3차 산업혁명의 시기를 돌이켜보면, 산업혁명의 결실이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항상 앞서 가는 사람과 뒤에 쳐지는 사람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을 나타냈다. 4차산업혁명도 마찬가지 경로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4차산업혁명 초기 빈부격차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장래 유망 직업이란 로봇으로 대체가 어려운 직업이나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분야의 직업으로 볼 수 있다. 로봇은 정형화된 작업장에서 반복적인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대체가 어려운 직업으로 미용, 심리치료, 예술, 창작, 농업 등의 분야를 꼽기도 한다. 로봇이 우리의 일을 대신하게 된다면 인류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여가와 관련된 산업이 유망산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농업은 유망한 직종일까? 축산, 벼농사 등 이미 상당부분 기계화가 이루어진 분야는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급속히 접목될 것이다. 그러나 밭농사의 경우 작업 환경, 농작업의 복잡성 및 계절성 등으로 로봇으로의 대체가 어려울 것이고, 경제성도 떨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농업은 생명체를 키우는 데에 따른 정서적 교감이 큰 직업이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대상과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직업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농업·농촌이 한편으로는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생명공학 등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증가하는 여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감성적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한다면 퀀텀 점프(대약진)도 가능할 것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