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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역할 변화와 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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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혜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2007년 10월
강 혜 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21세기를 감성(Feeling), 상상력(Fiction), 여성(Female)이 주도하는 3F 시대라고 전망하였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는 여성농업인이 감성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생산한 농산물을 선호하고, 여성의 부드럽고 친근한 리더십은 지역사회의 단합에 기여하고 있다. 시장개방과 고령화시대에 여성농업인은 부족한 농업 인력의 새로운 대안이다. 또한 새로운 소비 트렌트에 부응하는 경영자이며, 농촌사회 활력을 증진시키는 리더이다.

 

여성농업인 영농활동 증가와 한계

 

산업화에 따른 이농으로 농가의 가족관계가 부자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변화하였고, 여성농업인의 영농활동 비중이 증가하였다. 농업의 주종사 인구중 여성 비중은 1970년 28%에서 2006년 52%로, 지난 35년 동안 2배 정도 증가하였다. 전체 농사일의 절반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이 44%에 달할 정도로 농업의 중요한 노동력이다. 그러나 여성농업인은 아직까지 농업경영의 주체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논농사는 남편, 밭농사는 여성농업인이 주로 담당하는 전통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생산수단과 관련된 의사결정, 생산자조직 가입에서 여성농업인의 참여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여성명의로 된 농지가 전혀 없는 농가가 7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여성농업인의 생산 자원 접근성이 매우 낮은 상태이다.

 

여성 농업주종사자의 62%가 60세 이상으로 여성농업인의 고령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40세 미만의 젊은 여성농업인의 비중은 3% 이하로 매우 낮다. 40세 이하 여성의 영농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자녀양육 등의 가사노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농업에 종사할 젊은 여성농업인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의 고령화와 젊은 여성농업인의 신규 유입 단절은 농업·농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농업인 역할 커져

 

과거 여성농업인의 역할은 가정주부, 농업 보조자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여성농업인을 중심으로 역할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원예, 축산, 낙농, 버섯 등의 생산과 친환경농업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농산물 가공업, 관광농원 등의 농외소득 분야에서는 여성농업인 CEO가 등장하고 있다.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와 사회여건 변화로 창업이나 취업을 통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농업인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통식품과 향토음식 제조 및 유통 분야에서 여성농업인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농외소득활동은 여성농업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자아실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젊은 여성농업인을 중심으로 부녀회와 봉사활동 등의 지역사회활동도 활발하다. 서비스 산업의 성격이 강한 농촌관광, 도농교류 등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더욱 요구된다. 농촌관광이나 지역개발에 여성농업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이다. 최근에는 마을의 고령노인을 돌보는 데도 여성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마을 이장에도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경우 지난해 말 전체 이장 6,579명중 6.6%인 435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여성농업인은 농가경제 내에서는 농업과 농외소득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농가소득 창출에 기여하는 경제주체이며,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는 농업에 종사하는 취업자이다. 더 나아가 지역개발과 사회활동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하지만 가치평가 대상에서 제외되어 여성농업인의 역할에 대한 경제적 중요성은 그동안 과소평가되어 왔다.

 

남성중심의 문화와 제도적 틀 안에는 여성농업인의 경제 및 사회활동을 가로 막는 제약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이로 인해서 여성농업인은 역할에 상응하는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농업의 주체인력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공동경영주로서의 지위 미약, 농사일과 가사의 이중 노동 부담, 자녀양육 및 교육문제, 영농기술 및 경영능력 부족 문제, 불안정한 노후보장, 마케팅 및 정보 활용 능력 부족, 리더쉽 부족 등이 주요 어려움과 애로사항으로 조사되었다.

 

역할 변화에 따라 정책방향도 변해야

 

농가인구 고령화와 소비자 선호 변화 등의 농업·농촌 여건변화에 따라 여성농업인의 활동 영역은 더 넓어지고, 역할과 비중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의 핵심 인력으로 부상한 여성농업인의 경영 능력과 활동성과에 따라 향후 농업 경쟁력과 농촌 발전은 크게 좌우될 것이다.

 

여성농업인의 역할 변화에 대응하여 정책 방향도 새롭게 변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여성농업인이 겪는 어려움은 일과 가사의 양립, 다양한 활동 영역에서의 전문능력 부족, 불안정한 노후생활 등이 우선순위를 차지하였다. 따라서 도우미제도의 효율적인 운영 등 각 활동분야에서 여성농업인이 활동하기 편한 환경조성, 전문능력 향상을 위한 능력개발 시스템 구축, 농업인 연금제도 확대 등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한 대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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