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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 농업협상 개정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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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임송수
농민신문 시론| 2008년 02월 20일
임 송 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월9일에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회의 팰코너 의장이 내놓은 모델리티 개정안에는 농산물 개방폭 등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은 2007년 7월에 제시한 초안,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에 제시한 작업문서, 그리고 그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해온 논의 결과를 종합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으로 말미암아 많은 쟁점들이 정리됐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개도국만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특별품목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개도국은 식량안보, 생계보장, 농촌개발 기준에 기초한 12개 지표를 근거로 전체 세번의 8~20%까지 특별품목을 선정할 수 있다. 특별품목에 적용하는 관세 감축률은 8~25%이나, 최소한의 특별품목에 대해서는 관세감축 면제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나라 관점에서 세번의 8%는 쌀을 비롯한 중요 품목 대부분을 포함할 수 있는 수준이다. 관세 감축률은 민감품목 감축률 11~16%보다 높은 편이나, 이는 민감품목에 요구되는 쿼터 증량이 특별품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긍할 만하다.

 

개정안의 또 다른 특징은 최소 평균 관세감축률로 선진국 54%, 개도국 36%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우루과이라운드(UR) 감축률의 1.5배 수준이며, 도하개발아젠다(DDA)가 채택한 구간별 감축방식과 더불어 우리나라처럼 고관세 구조를 가진 수입국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욱이 선진국 감축률 54%는 민감품목 감축률까지 반영하도록 하고 있어, 민감품목 관세를 덜 감축할수록 쿼터 증량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의 관세를 더 감축해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관세감축 공식을 적용한 후에 100% 이상의 세번 비중이 전체의 4% 이상이면 민감품목 쿼터를 추가로 증량하도록 규정한 것은 우리나라에 이중으로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다. 이 규정이 관세 상한을 설정하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보장하려면, 현재 빈칸으로 제시된 쿼터증량 수준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내보조 분야에서는 이행 첫날부터 보조를 감축하는, 이른바 ‘초기 이행의무’를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개도국 지위 아래 우리나라의 무역왜곡보조 총액 감축률은 33~44%로 돼 있는데, 감축률의 25%를 이행 첫날에 이행하고 나머지는 8년 이행 기간에 균등 감축해야 한다.

 

이와 같은 개정안 내용을 볼 때 우리나라의 협상 성패는 개도국 지위 유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무 격차가 큰 현실에서 개도국 의무 이행은 신축적이고 점진적인 농정개혁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이행계획서 협상에서 선진국과 수출국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선진 개도국도 경사 관세, 열대작물, 최빈 개도국과 소규모 취약국에 대한 시장접근 개선에 동참하도록 권하고 있다. 추가 양허를 각오해야 할 분야들이다.

 

이제 모델리티 타결이 코앞에 다가왔다. 개정안에 담긴 200여개의 쟁점들을 줄이는 작업이 벌써 시작됐고 WTO는 각료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최선의 협상과 더불어 다가오는 DDA 시대를 헤쳐나갈 경쟁력 있는 농업·농정체제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 협상은 뒷걸음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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