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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쌀 파동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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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세계농업| 2008년 04월
김 태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쌀은 아시아의 주식이다. 아시아 38억인이 세계 쌀의 86%를 소비한다. 최근 쌀 국제가격이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지표가격인 태국산 수출가격이 1년전만 해도 톤당 300달러를 유지하였다. 이것이 지난 1년간 3배, 최근 1개월에 2배 상승하고, 쌀 부족으로 폭동이 발생하는 등 사회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주식이기 때문에 충격은 강하다.

 

배경에는 중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인구대국에서의 소비증가와 중국,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 수출국의 수출규제, 그리고 기상이변에 의한 주요 산지의 생산감소 등과 같은 복합 요인이 있다.

 

수출가격 톤당 1,500달러 돌파 전망

 

쌀 부족이 심각한 필리핀은 4월 18일 베트남산 쌀을 톤당 1,200달러의 구입계약을 체결하였다. 태국산 쌀 수출가격도 지난 17일 900달러를 기록하였다. 곧 1,000달러를 넘어 연내에 1,5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곡물가격의 폭등 요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잠복되어 있었다. 2000년부터 곡물의 수급 불균형이 시작되고 있었고, 쌀 수급에 변화가 나타난 것도 역시 2000년경부터이다.

 

미국 농업부에 의하면 2007년 세계 쌀 소비량은 4억 5,800만톤에 달하며, 이 중 3억 6,500만톤이 아시아에서 소비된다.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에 아시아지역에서 생산 정체로 세계 쌀 재고율은 2000년 37.4%에서 2007년 18.2%로 반감하였다. 호주의 생산 감소가 특히 현저하다. 같은 기간 호주의 쌀 생산은 117만 5천톤에서 1% 수준인 1만 3천톤으로 급감하였다. 호주에서 쌀 농업이 사라지고 있다. 기상이변과 물 부족 때문이다. 농업생산에서 농지와 물이 제약요인이나 이를 둘러싸고 농업과 공업 간의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쌀 파동이 나타나고 있는 국가는 필리핀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이며, 중국,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수출규제를 단행하고 있다.  

 

필리핀은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이다. 쌀 자급률은 85%이며 수입은 15%이다. 수입 물량이 부족하여 쌀 배급현장에 군대를 배치하여 질서 유지를 할 정도다. 매점매석 단속과 농지전용 금지에 의한 생산증대 등 안정공급을 위한 긴급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쌀 수확이 단경기에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캄보디아도 3월말 쌀 수출을 일시 중단하면서 국경지역의 밀무역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캄보디아 쌀은 많은 양이 태국으로 유입되어 태국 쌀로 수출된다. 캄보디아의 금수효과는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인도는 고급품 이외의 쌀 수출을 금지하였고, 베트남도 6월말까지 신규 수출계약을 금지하였다. 중국도 지난해 12월 이후 일련의 수출규제를 계속하면서 4월부터는 홍콩 경유 쌀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 3위 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도 국내 빈곤층을 배려, 금년산 쌀 수출의 전면 금지를 결정하였다.

 

태국은 비축용 쌀 65만톤을 방출하여 국내 가격안정에 노력하고, 방글라데시는 군용 비축미를 긴급 방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쌀 파동은 점차 광역화․장기화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의 수출규제로 인해 쌀 매입은 태국으로 집중, 가격폭등이 가속화되는 무역구조이다.

 

문제해결의 포인트는 단기적으로는 태국의 수출가능성에 달려있다. 태국은 지난해 950만톤을 수출하였다. 금년도는 900만톤 수출은 가능하다고 하나 미국 농업부는 불투명하다는 판단이다. 태국은 쌀 수출가격 결정시에 인도, 베트남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3국의 수출비중은 60%에 달해 쌀 수출국 카르텔 형성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쌀 가격 폭등의 장기적인 요인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아시아지역에서 그동안 도시화․공업화로 인해 농지와 농업용수가 전용된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 육류와 유제품 소비 증가에 따른 쌀 식부면적 감소,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의 홍수와 베트남과 중국의 냉해 등에 의한 생산 감소도 요인이다.

 

또한 중국·인도·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의 수출제한이 쌀 가격 폭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쌀은 다른 곡물에 비해 무역률이 낮은 편이다. 생산량에 차지하는 무역량의 비율인 무역률은 대두와 소맥은 각각 30%, 19%에 달하나 쌀은 7%에 불과하다. 때문에 국내 가격안정을 위한 수출국의 부분적인 수출규제가 국제가격을 대폭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수출규제에 대한 국제규율이 확립되어야 한다.

 

식량문제가 글로벌 리스크로 등장

 

국제가격의 폭등은 수입에 의존하는 개도국에 그 영향이 심각하다. 기아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쌀을 둘러싼 폭동과 파업이 빈발해지고 있다. 쌀 파동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서 아프리카로 확산되고 있다.

 

식량문제가 글로벌 리스크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열린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식량문제가 세계경제의 4대 리스크의 하나로 지적된 바 있다. 식량문제는 이제 개도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의 경제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각국은 식량을 전략물자로 재인식하고, 특히 ‘주식’에 대한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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