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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식량지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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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2008년 6월

권 태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식량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재 북한의 식량 부족이 심각하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그렇지만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듯 대량 아사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만약 식량을 지원한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금년 북한 식량 부족량 50~100만 톤

 

북한은 곡물 생산량이나 소비량에 대해 어떠한 통계도 발표하지 않는다. 따라서 얼마가 필요하고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는 평가자의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추정치가 존재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여러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해보면 최소소요량에 비해 100만 톤 정도 부족하다. 따라서 북한은 가을 수확까지 이 정도의 양을 수입하거나 차관 또는 무상 지원 형태로 들여와야 식량 수급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미국은 금년 6월부터 1년 동안 50만 톤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차로 6월 말경에 밀 37,000톤이 북한에 도착할 예정이고, 2차로 7월 중순쯤에 옥수수 24,000톤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은 가능하면 조기에 식량을 지원하려 하지만 여러 제약 때문에 가을 수확기까지 전달할 수 있는 식량은 20만 톤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의 곡물 부족량은 80만 톤으로 줄어든다.

 

앞으로 남은 기간 북한이 이만한 양을 자체 수입을 통해 해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거의 유일한 수입 대상국인 중국이 이 많은 양을 북한에 수출하도록 허가하기도 어렵지만 북한의 외환 사정이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대안은 북한이 중국이나 한국 또는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외상으로 식량을 구입하는 일이다.

 

최근 남북한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은 우선 중국에 식량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17일 중국의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평양을 방문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계획되어 있었으므로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통상 연간 10~15만 톤 정도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해온 점을 감안하면 금년에는 더 많은 양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식량과 지원받는 식량을 모두 합할 경우 30만 톤 이상의 곡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자체적으로 식량난 해결 어려워

 

이를 감안하면 금년 양곡연도의 곡물 부족량은 대략 50만 톤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북한이 아무리 식량을 공평하게 분배하더라도 50만 톤 가까이 부족하다면 아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북한 당국은 이 정도의 재고는 가지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국가 수준의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재고를 모두 소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년도 북한의 농업사정을 감안할 때 식량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재고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은 바닥 수준인 국가의 식량재고를 통해 식량부족 상황을 타개하기보다는 체면 손상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지원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지원 요청 대상은 우리나라와 유엔의 세계식량계획으로 압축된다. 그런데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식량지원 가능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현재로서는 5만 톤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결국 한국에 대한 식량지원 요청이 마지막 보루가 되는 셈이다.  

 

효과적 식량 지원 모색에 지혜 모아야

 

현재로서는 한국의 대북 식량차관 성사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다. 한국 정부가 인도지원 원칙으로 삼는 북한의 선지원 요청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대북 식량지원을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도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식량차관이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북한의 식량난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정작 필요한 주민에게 식량이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먼저 식량지원 요청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정부가 인도지원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북 식량지원이 꼭 필요한지 판단하고 정말 필요하다면 지원시기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안은 여러 가지이다. 여름철을 맞아 북한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수해를 입었을 경우 아무런 조건 없이 긴급구호 형식으로 식량을 무상 지원하는 방법, 세계식량계획이 우리 정부에 이미 대북 식량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므로 이를 통해 지원하는 방법,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통해 패키지 형식으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북한과 우리 정부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굶주리는 동포를 구해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정부는 식량지원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낼 욕심을 버리는 것이 옳다. 지금은 굶주리는 북한 주민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식량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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