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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중국을 먹여 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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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KREI 논단| 2008년 07월 01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누가 중국을 먹여 살릴 것인가?》 민간 환경연구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던 브라운(Lester R. Brown)이 1995년 중국발 식량위기의 위험성을 경고할 목적으로 저술한 책 제목이다. 저자는 한국, 일본, 대만의 경험을 토대로 중국도 산업화 과정에서 심각한 식량부족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리고 인구대국인 중국의 대규모 곡물 수입증가는 국제 시장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그 피해는 결국 개발도상국에 전가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으니, 세계 식량문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가히 짐작해 볼만 하다.

 

누가 중국을 먹여 살릴 것인가? 역사적으로 이 물음에 대한 중국의 대답은 자급이었다. 심각한 인구압력과 식량문제 해결은 중국 역대 왕조와 정권들의 숙명이었다. 중국의 역대 왕조말기에 빈번했던 농민반란도 기근과 흉작으로 인한 먹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았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대약진운동 과정에서 대기근으로 약 3천 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식량의 자급자족은 많은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중국의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경지면적의 7%로 전 세계 인구의 20%를 부양하고 있다. “13억의 인구대국인 중국이 스스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세계에 대한 가장 큰 공헌”이라고 지적한 원쟈바오 총리의 언급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브라운의 예측 이후 13년이 흐른 지금, 우려했던 중국발 식량위기는 도래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의 중장기 식량수급 전망은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에 좀 더 가깝다. 중국 정부나 학자들의 예측결과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차제에 95%의 중장기 식량자급률 목표도 제시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여 전 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 위협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자의 반 타의 반 중국발 식량위기에 대한 논의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경지면적의 지속적인 감소는 향후 중국 농업생산 증대의 기본적인 제약요인이다. 농업센서스 결과 2006년 말 중국의 경지면적은 1억 2,177만 ha로 10년 전에 비해 6.4%(826만 ha)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인구는 0.7% 증가하여 1인당 경지면적이 0.106ha에서 0.093ha로 감소하였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식량생산이 줄어든 것도 경지면적과 파종면적의 감소가 주요한 원인이었다. 최근 들어 청장년층 남성노동력의 도시유출 증가로 농번기 인력난이 심화되고, 노동력의 노령화와 부녀화로 인한 노동력의 질 저하와 경작포기로 인한 농경지의 황폐화도 농업생산 증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연도별 식량 수출입 물량은 변동 폭이 매우 크다. 곡물의 경우 1990년 이후 2003년까지 곡물 순수출국이었다가 2004년 500만 톤의 순수입을 기록한 이후 2005년부터 다시 순수출국 지위를 회복하였다. 다만 대두는 자급률이 낮아 2000년 이후 연평균 16.8%의 속도로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인구증가와 함께 경제성장으로 인한 소득증가로 식용 곡물뿐만 아니라 사료용 곡물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곡물 수입량의 증가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향후 중국의 식량 수입량은 유지작물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식량생산이 감소했던 경험은 새롭게 출범한 후진타오 정부에게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후진타오 정부는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식량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핵심적인 농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 식량자급율 목표를 95%로 설정한 가운데 식량주산지를 집중 육성하고 잠재력이 큰 예비주산지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식량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직접지불제를 시행하는 한편, 식량작물 최저수매가격제도 및 주산지 현(縣) 장려정책 실시, 식량 성장책임제(糧食省長負責制) 강화,식량작물보험 실시 등 식량생산 증대 및 안정적 공급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말부터는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곡물 수급 및 식품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수출세 환급폐지, 수출관세 부과, 수출쿼터제를 내용으로 하는 곡물 수출 제한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1998년, 역사상 가장 많은 5억 1,230만 톤의 식량을 생산한 이래 2003년까지 생산량이 점차 감소했지만 2004년 이래 4년 연속 식량증산을 달성했다. 지난 해 중국의 식량생산량은 50,150만 톤으로 1999년 이후 다시금 5억 톤을 회복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식량안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식량증산 정책의 결과이다. 올해 중앙1호문건에서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시종일관 수행해야 할 3가지 과제(三個始終)로 '식량안보, 농업의 기초적 지위 강화, 삼농문제 해결'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향후 오랫동안 식량안보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누가 중국을 먹여 살릴 것인가? 아니 인구압력을 숙명처럼 짊어진 중국이 과연 자국 국민을 먹여 살 릴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은 그동안 중국이 이룩한 성과에 근거한다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유지작물을 중심으로 중국의 식량수입량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브라운의 예측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국에게는 브라운의 문제제기가 자급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자 의지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95%의 중장기 식량자급률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고 전망 또한 낙관론이 우세하다.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이 아직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회라는 점도 낙관론의 중요한 버팀목이다. 다만 농업생산은 자연환경의 지배하에 놓여 있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가 중국의 확고한 의지를 꺾을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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