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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홍보 ‘소비자 안전’을 내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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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신동헌
농민신문 기고| 2008-07-21
신 동 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설 농촌정보문화센터소장)

 

달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늘 부정적이었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 그래서 달걀 소비는 늘 꼴찌를 면치 못했다. 2004년 당시 일본·미국·이스라엘·대만 등의 1인당 달걀 소비량은 연간 340개 정도였는데 비해 우리는 그 절반 수준인 170개에 머물렀다. 그런 상황에서 달걀 소비를 진작시키려면 어떤 마케팅 홍보가 필요한 것인가.

 

진검승부가 필요했다. 콜레스테롤이라는 산을 뛰어넘어 50g의 완전식품 ‘달걀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방송 다큐멘터리를 구상했다. 다큐멘터리를 텍스트 같이 만든 다음 이를 바탕으로 50g의 진실을 전파해나가자는 전략을 세웠다. 제작팀이 꾸려졌고,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정밀한 촬영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콜레스테롤의 놀라운 실체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달걀 속에 들어 있는 레시틴이라는 물질은 오히려 콜레스테롤 질환에 순기능적 역할을 한다” “달걀 섭취와 심장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달걀은 하루에 2~3개 먹어도 좋다” 등등.

 

다큐멘터리의 위력은 대단했다. 소비자 불안을 말끔히 해소시키는 1등 공신이 됐다. 1년 후 정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꿈쩍도 않던 달걀 소비가 30개나 늘어 1인당 연간 소비량 200개의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오늘 저녁은 뭘 해 먹을까? 그리고 내일 아침은?” 이런 고민은 가족의 식탁을 준비하는 주부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가족의 영양식과 풍요로운 식탁 차리기가 고민이었다면, 요즘은 밥상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수입 쇠고기, 과연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요즘 과일은 농약도 문제지만 호르몬 처리가 더 큰 문제라던데…’ ‘내가 먹는 콩기름, 혹시 유전자변형 농산물(GMO) 콩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시장이나 마트를 찾는 주부 소비자는 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식품의 표기사항을 꼼꼼히 살펴보면서도 쉽게 불안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홍역을 치르면서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어느 때보다 높고 예민해졌다.

 

지금까지의 농식품 홍보는 주로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식이었다. ‘달걀은 완전식품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먹여야 신체 발육에 이상이 없다’ ‘토마토는 비타민의 보고로 살아 있는 항암제다’ 등 일방적 장점 부각형 홍보였다. 신문이나 방송은 물론 학교 교육과정을 통한 홍보도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근 들어 이러한 홍보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영양이나 품질보다 안전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양이 제아무리 좋아도 안전에 대한 소비자 설득에 실패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시대가 됐다. 달걀이 아무리 완전식품이라도 콜레스테롤이나 항생제 사용을 의심하는 소비자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소비는 정체되고 만다. 지금 ‘살모넬라 토마토 공포’로 미국의 토마토농가와 식품회사가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뉴스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 농식품 홍보 전략에도 새로운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식품의 안전관리에 대한 강조가 그것이다. ‘안전제일’ 구호는 이제 건설현장에서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농식품 홍보에 더 절실히 요구된다. 1%의 불안감만 존재해도 언제든 외면해버리는 것이 오늘날의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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