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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해를 넘긴 DDA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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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DDA농업협상| 2008년 12월
송 주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01년 시작된 DDA 협상은 금년내 모델리티(세부원칙) 타결이란 연초의 목표를 무산시키면서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UR 때도 그랬듯이 DDA 협상도 매년의 협상이 기대와 실망의 반복이었다. 금년도에는 4차례의 모델리티 수정안 제시, 7월의 소규모 각료회의에서 타결직전 결렬, 그리고 12월 소규모각료회의 개최 무산이라는 굵직굵직한 사건을 경험하면서 정말 앞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한 해였다.

 

각료회의 무산의 원인

 

지난 7월 소규모 각료회의가 타결 직전 결렬되면서 금년 내 DDA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물론 WTO에서는 DDA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9월 이후에도 잔여쟁점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발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촉발된 세계 경기 침체속에서 주요국들이 자국의 경제회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11월 15일 워싱턴 DC에서 선진 20개국 정상회담이 열렸고 연말까지 모델리티 타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이에 고무된 파스칼 라미 WTO 총장은 12월 중 DDA 각료회의를 다시 개최하여 잔여쟁점에 대한 정치적 타협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협상을 독려하였다. 11월 30일 라미 총장은 12월 13~15일 사이에 각료회의 개최 가능성을 시사하였고, 12월 6일에는 그동안의 협상 진전내용을 담은 모델리티 4차 수정안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핵심사항에 대한 이해당사국 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라미총장은 마침내 12월 12일 금년 내 각료회의는 개최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각료회의 소집자체가 무산된 주요 원인은 핵심쟁점에 대한 주요국 간의 의견이 절충되지 않아 각료회의를 개최해 봐야 타결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라미 총장은 핵심쟁점으로 세가지를 언급하였는데 비농산물분야(NAMA)에서는 분야별 자유화에 대한 참여의 강제성 여부이고, 농업분야에서는 개도국 특별긴급관세(SSM)의 발동조건, 그리고 면화보조금 감축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농업분야에서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여야 하는데 반해, 개도국들이 SSM 조치를 빈번히 활용하면 농산물 수출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한 비농산물분야에서도 분야별 자유화에 중국이나 인도의 참여를 담보하지 못하면 별로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양보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과 인도는 이번 DDA협상이 개발도상국가의 개발을 위한 다자간협상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어 좀처럼 양보할 기미가 없다.

 

농업분야 핵심 내용, 사실상 거의 확정

 

지난 12월 6일 발표된 모델리티 4차 수정안은 지난 7월의 소규모 각료회의에서 잠정합의된 내용들과 최근의 논의에서 진전이 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문안을 수정하였고, 논의의 진전이 없었던 분야(SSM, 민감품목의 저율관세할당물량(TRQ) 신설문제, 비민감품목에 대한 관세상한 적용방안)에 대해서는 팔코너 의장이 구상하는 접점을 별도의 작업문서로 제시하였다.

따라서 관세 감축률과 보조금 감축률, 민감품목과 특별품목에 대한 조건들이 거의 확정되었다. 우리나라의 주된 관심사항인 특별품목의 수와 감축률은 7월 각료회의 시 제시된 수치가 변경없이 명문화되었고, 특별품목은 관세상한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유지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개도국 기준을 적용할 수만 있다면 DDA로 인한 영향은 최소화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올해 DDA 모델리티 타결은 무산되었지만 사실상 주요 내용은 대부분 확정되었고, 일부 잔여쟁점도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검토는 상당부분 진행되었다. 따라서 2009년에 DDA 협상이 재개되면 모델리티 협상은 각국의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쉽게 끝날 수도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금년 말까지 DDA 모델리티를 타결하도록 노력하라는 G20 정상들의 의지는 이번 각료회의가 무산되면서 권위에 손상을 입었다. 하지만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WTO 같은 다자간 무역체제는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WTO는 DDA 협상을 조기에 재개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문제는 세계경제에서 영향력이 막강해진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 개도국과 미국 간에 농업분야와 비농산물분야 협상의 균형을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달려있다.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당선자는 아직 DDA 협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2009년 초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DDA 협상 책임자가 교체되면 미국의 입장과 협상전망이 보다 구체화 될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SSM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타결되도록 G33 국가들과 공조를 유지하고 개도국 기준 적용을 위해 이해당사국들과 사전 협의를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이행계획서를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특별품목과 민감품목 선정을 위해 관련 단체들과의 협의와 설득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대외 협상보다 대내 협상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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