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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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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지소(地産地消)형 학교급식으로 올바른 먹을거리를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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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은미
KREI 논단| 2009년 5월 12일
정 은 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프랑스 잠언에 '먹는 것은 본능이지만 제대로 먹는 것은 기술'이라는 말이 있다. 먹을거리에 맛과 멋을 추구하는 프랑스인의 자부심이 녹아든 표현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다양한 먹을거리가 지천에 널린 오늘날 '제대로 먹는 기술'은 맛과 멋의 차원을 넘어 생존을 위해 올바른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필수지식이다.

더욱이 최근 먹을거리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인간이라면 하루라도 거를 수 없는 먹을거리의 안전문제가 더 이상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이다.

보기 좋은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가 과다하게 투입되고 수확 후 약품처리로 유통기간을 대폭 늘림으로써 남반구 농산물도 적도를 지나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먹을거리 안전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과도 같아졌다. 외형과 가격만으로 농산물의 가치를 판단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늘날 도시민의 생활양식이 농업, 농촌에서 멀어져 소비자는 먹을거리를 마치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처럼 구입한다. 소비자는 장바구니에 오이와 토마토를 담지만, 그것을 재배한 사람과 재배 방법보다는 그 가격과 외형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또한 핵가족화로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손자에게 먹을거리 지식을 몸소 전달할 기회가 적어졌다. 그에 따라 먹을거리를 스스로 선택하는 데 자신이 없는 소비자가 증가하였다.

소비자는 농민이 씨앗을 뿌려 수확하고 가축을 돌보고, 이른 새벽 들녁에서 농작물을 보살피는 일에 관심을 두거나 보상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그 모든 수고로운 과정을 모르니 보상할 방법을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로지 시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 자체에만 흥미를 가질 뿐이다.

원래 먹을거리에 대한 지식은 자연현상을 이해하며 체득하는 것이다. 자연의 은혜와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활동에 감사하고 이해하면서 심신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올바른 먹을거리 지식, 즉 '제대로 먹는 기술'을 배우는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이에게 심신의 성장과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생애에 걸쳐 건전한 심성을 기르는 기초가 되는 먹을거리 교육은 국가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이용하며 어린이 스스로 건전한 식생활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식량자급률 향상과 올바른 먹을거리 교육이란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학교급식에서 먹을거리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농업·농촌을 이해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가 자연에서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지역의 다양성과 풍부한 미각을 갖춘 것임을 인식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와 지역 공동체를 이해하고, 지키며 살아가는 건전한 심성을 갖춘 인간을 기르는 일이다.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국민이 건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지역공동체가 건전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는 불안하다. 제대로 먹고 사는 데도 '기술'과 생각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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