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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농정 추진을 위한 규제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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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농민신문 시론 | 2010년 3월 19일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식품 분야에서 지나친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는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100년 동안 오직 정부만 홍삼을 제조·판매할 수 있던 전매제도를 폐지하고 민간 참여를 허용한 이후, 홍삼제조업체가 500여개로 늘어났는가 하면 인삼 재배와 수출도 배 이상 증가했다. 주류 산업도 징세 편의를 위한 높은 문턱을 낮추고 제조 방법과 유통 규제를 완화하면서 전통주 업체가 250여개로 늘어났고, 막걸리 산업의 부활이란 전대미문의 성공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오랫동안 쌀을 양조용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든지, 인삼이나 과일 등 다른 농산물조차 혼합을 허용하지 않던 제조 방법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없애고 시·군 밖으로 유통을 할 수 있도록 공급권역 제한을 폐지한 결과이다.

 

어디 그뿐인가. 연간 1,000억원이 넘는 곤충 산업이란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한 것도 알고 보면 관련법을 정비해 농정의 영역을 확대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지렁이나 곤충은 농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육용 건물을 짓더라도 농지전용부담금을 내야 하고, 가격이 저렴한 농용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지렁이를 가축에 포함하고, 곤충 사육을 축산업으로 인정해 주자는 필자의 제안에 대해 농식품부조차 얼마나 난감해 했던가. 쉽지는 않았지만 시장의 자율과 민간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농업관련 산업을 부활시킨 사례라 하겠다.

 

그동안 농정은 농가의 소득원 개발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개방화와 고령화의 진전, 생활 패턴의 변화 등으로 안전한 식품과 주거·레저·문화 공간으로서 농촌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노인복지 문제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변화하는 농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 규제도 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2009년 말 현재 농식품 부문의 규제는 약 1,000여건인데, 정책의 범위와 기준을 설정하거나 관리·감독을 위한 보고 및 명령, 인증 기준과 표시 및 보증 방법을 정하는 품질관리 규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화와 정보화의 진전,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으로 인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획일적인 규제로는 새로운 농정의 실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폐쇄경제 체제하에서 정부가 직접 수급과 가격을 통제하던 제도를 개선해 시장질서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든지, 다양한 2·3차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비농업 부문의 자본 및 기술·경영 능력의 농업·농촌 유입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농식품부는 우리 농업·농촌의 새로운 발전 전략을 담은 ‘비전 2020’을 제시한 바 있다. 비전 2020에는 농업의 체질을 바꾸고 동식물 자원 및 종자 산업과 식품 산업의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위해 추진 체계를 정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관련 제도의 재정비를 적극 제안하고자 한다.

 

변화하는 국내외 여건 속에서 새로운 농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능과 역할을 새롭게 규정하고, 이에 맞추어 규제 방법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피규제자이자 정책 수혜자인 농업인들과 관련업계, 유관기관, 일선 공무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솔직한 의견을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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