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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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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관측시스템 개발로 애그플레이션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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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석호
KREI 논단| 2011년 1월24일
한 석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기상악화로 인한 밀 생산 감소로 러시아가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2010년 7월부터 밀가격이 급등하였고, 재고율 하락으로 옥수수 국제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투기세력이 들어오면서 그동안 수급 상황이 안정적이었던 대두 가격까지 동반상승하고 있다. 옥수수 국제가격 상승은 사료비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여 축산 농가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밀과 대두 국제가격 상승은 이를 원료로 하는 가공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부담으로 연계된다.

 

최근 국제가격 상승은 생산감소, 수요증가, 곡물 선물투기 증가에서 기인하고 있다. 2010/2011년도 세계곡물 생산량은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전년보다 2% 감소하고, 소비량은 2.4% 증가하여 곡물 기말재고율은 전년대비 3.1%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바이오연료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에 따른 세계곡물 수요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곡물 수급이 전년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곡물 선물에 대한 투기가 증가하고, 중국과 인도의 육류 소비증가에 따른 곡물소비 증가도 국제곡물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0년 하반기 국제곡물 가격을 적용하면, 2011년 상반기 국내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1년 상반기 배합사료는 2010년 6월 시세보다 12%, 제분은 31.3%, 유지 및 식용유는 6.6%, 제당은 30%의 물가 상승요인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밀, 옥수수, 대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국제곡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국내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실정이며, 국내생산을 늘린다 하더라도 수요량을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정부는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이용하여 국제곡물가격변동의 위험수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진정한 조기경보시스템이란 미래가격을 예측하여 정보수요자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호접근법 등 많은 계량적방법을 이용하였다 하나 결국은 국제곡물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변수의 파라미터(가중치)값을 계측하여 지수를 도출하는 것인데 과거 1개월 전의 데이터를 이용한 수준에 머물러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가 없고 과거 1개월 전의 현황수준만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국제곡물 수급 및 가격을 상시 모니터링하여 향후 국제곡물 가격을 전망하는 관측시스템을 개발하여 조기경보를 주고, 이에 따른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

 

한 가지 예로 2008년 국제곡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지만, 2007년 하반기부터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만약 2007년 하반기에 국제곡물가격 수급 및 가격 전망을 통해 경보를 주고, 곡물 수입물량을 늘렸다면 수입단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곡물 수입량을 증가시키는 문제가 있으나, 2007년 하반기에 2008년 상반기 수입물량의 10%를 미리 확보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약 865억 원, 20~30%를 확보했을 경우 약 1,770억~2,500억 원의 수입액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국제곡물가격 변동으로부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모니터링을 통해 수급상황을 상시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사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예측모형을 이용한 가격정보를 정부 및 국내관련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국제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곡물관측시스템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  

 

국제곡물관측시스템 개발 이후 현실 가능한 작동시스템은 앞에서 지적한 두 가지 요인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즉각적인 해외모니터링이다. 세계 농업수급을 잘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시스템(USDA, FAPRI)의 경우 해외에 파견된 농무관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국내 쌀산업정책 변화 및 생산량변화를 1주일 후면 미국 USDA와 FAPRI 연구자들이 알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해외에 파견된 농무관을 해외모니터로 활용한다면 즉각적인 각국의 수급상황과 정책변화를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각국의 농업뉴스를 항시 모니터링하여 1주일단위로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이 보완된다면 충분히 국제곡물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국제곡물수급모형 개발이다. 기존 세계 곡물 수급 및 가격을 전망하고 있는 USDA, FAPRI 등과 공동연구 추진을 통해 국내위주의 국제곡물 수급모형을 개발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 모형을 통해 각국의 거시경제지표, 품목별 생산·소비·수출입·가격 및 농업정책을 고려한 수급전망이 가능하며, 국제 곡물의 가격을 국내 농업총량 모형과 연계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측하여 국내곡물 수급안정 정책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국내물가안정에 중요한 국제곡물관측시스템 개발을 위해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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