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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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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제도와 농지은행 활성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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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윤석환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1년 8월호
 윤석환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처 차장)

 

 “소유(所有)의 마력(魔力)은 모래를 황금으로 바꾼다(The magic of property turns sand to gold).” 프랑스 혁명 직전 프랑스를 여행한 아서 영(Arthur young)이 당시 프랑스 농업·농촌의 실태를 목격하고 도출한 명제이다. 직접 경작 농민 소유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생산력 발전의 모습과 장점을 정확히 설파한 명제이다.

농지개혁의 성과를 항구적으로 유지할 목적으로 농지개혁 직후인 1952년에 제정된 일본 「농지법」 제1조(목적)에 “농지는 그 경작자 자신이 소유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인정되어”라고 명시한 것도, 우리나라 「헌법」 제121조 1항에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한 것도 기본적으로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농지법」 제3조는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環境)을 보전(保全)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며,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므로 소중히 보전되어야 하고, 공공복리(公共福利)에 적합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농지에 관한 권리의 행사에는 필요한 제한과 의무가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농지는 경작자 자신이 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농지가 단순히 사유재산을 넘어, 국민식량을 공급하는 기반이고, 귀중한 자원(資源)으로 이용·관리되어야 하고, 그 권리의 행사에는 제한과 의무가 따른다는 ‘농지에 관한 기본이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이념에 입각하여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해 ‘농업진흥지역’을 지정·고시하고, 시설물 설치 등 행위제한이 가해지는 한편 농업 발전을 위한 사업의 우선적 투자, 조세 경감 등의 조치(농지법 제33조)를 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프랑스·일본의 농지 소유 이용 방식과 농지은행

독일은 ‘공동이익토지공사’를 통해 농지매입 비축·임대, 수탁농지 임대 관리를 하고, 농지 거래 시 비효율적 이용과 불건전한 배분을 막고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관리를 담보하기 위해 농지 ‘선매권(先買權)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SAFER(토지정비 및 농촌시설회사)’를 통해 농업 경영체 육성 발전 및 영농정착, 농촌토지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시장조절 기능 등을 수행하고 있는데, 농업경영 구조개선과 환경 보호 등 사회적 공공이익을 위해 일정 조건하에서 역시 ‘선매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모든 농지의 거래는 농업위원회 또는 도도부현 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는 민법(民法)에 의거 ‘상속’ 등 허가 없이 농지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경우에도 ‘농업위원회’에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허가를 받지 않는 경우 당사자 간의 농지 거래(지상권, 임차권 포함)는 무효이다. 당연히 유동화되는 농지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취득·이용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고, 사회적 룰(rule)이다. 농업생산법인이 농업생산법인이 아니게 된 경우 국가가 이를 매수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1970년대부터 ‘농지보유합리화사업’을 통해 ‘자립경영’ 농가를 육성하였고, 1993년부터는 농어촌 고령화, 과소화 심화, 영농 후계자 부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인정농업자(認定農業者)’를 집중적으로 지원 육성함(2015년 전체 농지의 60% 이용 집적 계획)과 더불어 이들의 농지 집적과 집단화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995년 ‘농지매입협의제도’를 도입하였다.

자국민에 안전한 농산물을 지속적·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그 공급을 담당할 중추 농업 경영체를 육성하기 위해 기본적 생산수단인 농지의 효율적·합리적 이용 체제를 갖추는 것이 통상적인 근대 국가의 농지제도의 기본틀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농지은행’ 활성화를 위한 기본조건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43개국과 FTA협정 발효, 2개국(미국, 페루)과 협상 타결, 12개국과 협상 진행 중, 17개국 협상준비 또는 공동연구), 후계자를 확보한 농가 3.5%, 65세 이상 농업경영주 50%, 농가 고정자산 중 농지 비중 70%, 농지은행 경영회생지원사업 참여 농가 호당 평균부채 2.7억 원, 자경(自耕) 불가 농지 소유자 증가 등 변화된 농업·농정환경에 대응할 사회경제적 장치로서 ‘농지은행(농지규모지원, 매입비축, 경영회생지원, 농지임대수탁, 농지연금등)제도’가 필요한 사유이다.

농지은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여건과 현실을 적극 반영한 제도 설계와 운영이 필요하지만, 유동화(매매·임대차)되는 농지가 ‘농지은행’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 즉, 비농민보다는 농업인이 우선, 부업농보다는 의욕과 능력 있는 전업농이 우선 취득·이용하고, 분산적 소유 이용보다는 집단화·규모화된 형태로 이용될 수 있는 있도록 조정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농지은행에 필요하다. 독일·프랑스와 같은 수준의 ‘선매권’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본의 ‘농지선매협의제도’ 정도의 권한을 우리나라 농지은행에 부여해야 한다. 정책방향이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그 실적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 제도가 하나의 규제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관련 법 체제는 본 제도 도입의 정당성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유동화되는 농지의 사회적 효율적 이용을 적절히 조정·유도·촉진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 비용을 낮추고, 공공복리에 기여한다는 것의 사회적·경제적 의미에 대해 좀 더 깊은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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