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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책 요구 맞춤형 농정으로 풀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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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농민신문 전문가의 눈 | 2013년 5월 1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정부 출범으로 농정 대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농가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쌀농가는 직접지불금에, 축산농가는 사료비에, 원예농가는 수출 지원에 관심이 많다. 또 전업농은 소득안정 대책을, 겸업농은 일자리 대책을, 고령농은 사회복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농가 유형별 지원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맞춤형 농정’을 정착시키는 방향이다. 시장개방 영향이 품목별로, 농가별로,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에 그 대상에 적합한 시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혹자는 맞춤형 농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농가별로 세밀하게 정책을 설계할 수도 없으며 집행도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농가 대책이 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농업인의 선택이라고 이해하면 답이 보인다. 맞춤형 농정이란 농가 유형별로 정책프로그램을 메뉴 방식으로 제시하고, 이에 근거해 농업인이 자기에 알맞은 정책 수단을 차별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농정추진 방식인 것이다.

 

 먼저 농업소득 비중이 큰 전업농은 평생직장인 농업경영체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영농규모 확대, 경영컨설팅, 교육훈련 등의 경쟁력 제고 프로그램과 함께 경영안정을 위한 재해보험이나 직접지불제가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나아가 스스로 자립 가능한 경영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정책 대상에서 졸업시킬 수 있을 것이다.

 

 농업경영의 은퇴 시기에 다다른 고령농에 대해서는 은퇴를 준비하고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고령농업인들이 국민기초생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복지와 균형을 맞추면서 농정 차원의 복지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예컨대 식량증산에 기여한 농업인의 경영이양 특별지원대책을 한시적으로 강화한다면 농업구조조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겸업농에 대해서는 식량자급 수준의 영농을 유지하면서 농외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대책이 필요하다. 농산물 가공·판매를 위한 공동조직 육성과 운영자금 지원, 그리고 농외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등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영농을 부업 수준으로 영위하는 자급적 영세농이나 텃밭 가꾸기 수준의 취미농은 농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맞춤형 농정은 농업정책의 발전 단계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의 김영삼 정부 때는 농업경쟁력 목표를 규모화에 두고 전업농을 중점 지원했다. 김대중 정부는 친환경농업을 강조하면서 중소농 육성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는 농가 유형별로 소득을 보전하는 직접지불제를 도입하였으며, 이명박 정부는 농업과 식품산업이 연계되는 지역농업 육성을 추진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는 ‘농가 맞춤형’뿐만 아니라 ‘지역 맞춤형’ 농정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정책 기반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맞춤형 농정을 위해서는 농업경영 상황과 정책 수혜실적이 실시간으로 파악돼야 한다. 그 제도적 장치가 ‘농업경영체등록제’인데, 행정조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농업인 스스로 변동사항을 등록해 줘야 한다. 이를 근거로 직접지불금도 차등 집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맞춤형 농정을 선진국형 방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 우리 농업인들도 정부 정책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책임 있는 경영자로서 농정의 선진화에도 기여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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