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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생태축산과 공공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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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병오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2013년 10월호 
이 병 오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산지생태축산의 필요성

 산지생태축산이란 유휴 산지를 활용한 임간초지(林間草地)를 조성하거나, 방목축산을 통해 환경과 농가 소득을 동시에 고려하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축산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산림 본래의 기능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비용절감․방역 효율성 증대․동물복지 배려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미래형 한국축산의 지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가공과 관광․체험산업이 연계되면 아주 훌륭한 6차산업화 모델이 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축산부문은 농림업생산액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고품질 단백질 식품 공급이라는 막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축산은 한․미 FTA 등 축산물 시장개방, 구제역 및 AI 등 대형 가축질병 발생, 강화되는 축산환경 규제, 소비자의 민감한 식품안전 의식, 높은 수입 곡물사료 의존도, 조사료 자급기반 취약 등의 제약 요인들로 인해,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정도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축산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되어 차세대 미래형 시스템으로 발전모델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있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산지가 많고 잘 보존되어 있다. 산지생태축산을 통해 앞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축산의 제약 요인들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가 있다고 생각된다. 좋은 환경에서 건강한 가축이 길러지고, 양질의 조사료 기반으로 청정하고 안전한 축산물이 생산된다면, 그것이 수입 축산물에 비해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우리 소비자들은 좋아할 것이다.

 현재 많은 산지는 잘 보존되어 있지만, 간벌(間伐)이 잘 안 되어 햇빛이 안 드는 등 생태계로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산림에 적당히 간벌을 하여 나무를 잘 크게 하고, 그 아래 공터에 초지를 조성하여 가축을 기르게 되면, 나무와 가축과 인간이 함께 상생하는 산지생태축산 모델이 구축되는 것이다.

 산지축산 하면 과거에 산의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산림을 훼손시키면서 초지를 조성했던 사례가 많아, 아직도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이제 기술 수준과 인식도 크게 향상되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축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의 모든 지혜를 모아 아름답고 풍요로운 산지생태축산의 지평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공공목장 운영

 공공목장이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초지개발을 할 수 없는 개별 낙농가나 소규모 한우 번식농가들을 대상으로, 국가․지자체․협동조합에서 국․공유림을 임간초지로 개발한 뒤, 착유우 후보축인 젖소 송아지 및 비육 밑소가 될 한우 송아지를 위탁받아 일정기간 초지에서 육성시킨 후, 실비 수준의 위탁비용을 받고 위탁농가에게 되돌려주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목장을 말한다. 육성우가 주축이 되다 보니 초기에는 공공육성목장이라고 불렸다.

 젖소나 한우의 육성우는 모두 미래의 착유우 또는 번식우․비육우이기 때문에 낙농산업이나 한우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육성우는 육성단계에서 양질의 조사료, 특히 풀사료를 많이 섭취하고 산지방목으로 운동을 많이 해야 골격이 튼튼한 고능력우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공공목장에서 균일한 육성우를 전문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훌륭하게 성장시켜 축산농가에 되돌려준다면 우리 축산의 생산성과 경쟁력은 크게 향상되고, 공공목장이 입지한 산촌지역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육성우 자체가 최종 상품이 아니고 중간재 성격을 지니다 보니,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농가도 크게 신경을 못 쓰는 사각지대로 되어 있다. 즉, 공익성은 크나 수익성이 작은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따라서 공적부문이 들어가 이 취약부분을 해소해 줘야 하는 것이다.

 공공목장은 상황에 따라, 위탁우 외에 자체 육성우를 사육할 수도 있고, 젖소나 한우 이외에 다른 가축(흑염소, 산양, 사슴, 토끼, 제한적으로 돼지, 닭, 오리 방사, 목장 주변 양봉)에도 부가하여 적용할 수 있다. 또, 시민에 대한 서비스기능을 강화한 시민목장이나 교육목장, 나아가서 체험․관광목장 형태로 운영될 수도 있고, 컨트랙터 기능(건초 및 TMR 사료를 생산하여 축산농가에 공급하거나, 경종농가와 축산농가 간에 답리작 조사료 및 가축분뇨의 판매․구입을 원활히 하기 위한 플랫폼 역할 등)을 수행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산지생태축산에서 활용하는 산지가 국공유림이고, 공공목장이 국가나 지자체․농협의 공공자금으로 개발될 것이기 때문에, 그 기능 또한 한국축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데 시급히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맞춰지고, 많은 축산농가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젖소 및 육우용 공공목장을 건설하여, 2011년 시점으로 전국에 816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목장들이 모두 광대한 초지와 조사료 기반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조사료 자급 기반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공공목장은 주로 지역농협이나 농업(축산)공사, 목야조합에 의해 운영되며, 지역 축산진흥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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