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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우리의 방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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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경환

 

농민신문  시론|  2014년 5월 16일 
최 경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안타까움과 참담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됐는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데 분통이 터진다. 더 이상 이런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된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크고 작은 사고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으면서 우리가 방심하는 틈을 노리고 있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우리의 생활은 더욱 편리해지고 삶도 풍요로워지고 있다. 그렇지만 문명이 발달해 편리해지는 만큼 위험도 커진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농촌의 도로를 생각해 보자. 과거에는 인근 도시로 나갈 때 구불구불한 자갈길을 차를 타고 가노라면 덜컹거려 앉아 있기도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차에 실은 싱싱한 농산물도 포장이 엉망진창이 돼 상품성이 떨어지곤 했다. 그러던 길이 왕복 4차선 도로로 확장·포장되고 직선화되면서 승차감도 좋아지고 시간도 훨씬 단축됐다.

그러나 이렇게 넓고 곧게 펴진 길에도 편리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서 자동차가 많이 다녀 보행자가 마음 놓고 걸어 다닐 수 없게 됐다. 자동차 주행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 과거에는 없던 교통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아무리 경력이 많은 베테랑 운전자라도 자신의 운전 실력을 과신해 한눈을 팔거나 자칫 기기를 잘못 작동하면 즉각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규정 속도 준수와 안전거리 확보 등과 같은 안전운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문명의 ‘이기(利器)’는 어느새 ‘흉기(凶器)’로 변해 버린다.

누구나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면 지루함을 느끼면서 느슨해지기 쉽다. 한 동작을 생략하려 한다거나 시간을 단축하려 시도하기도 한다. 사고는 이러한 틈을 놓치지 않는다.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된 커다란 기계를 떠올려보자. 커다란 기계는 크고 작은 부품이 연결돼 부품마다 제 역할을 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 작은 부품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거나 연결고리 하나만 느슨해져도 기계 전체가 작동을 멈추거나 파손되고 만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괜찮겠지’ 또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무사안일이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안전사고는 사고가 어느 때 발생하는지 그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몰라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이 원인이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이번 사고도 평소 사소하다고 방심하거나 그냥 지나쳐버린 작은 행동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한다고 한다. 관련 지침과 행동요령도 재점검할 것이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관리체계는 일회성의 형식적인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단순 구호에 그쳐서도 안되며 곧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평소 안전에 대해 철저하게 인식하고 예방과 대응법을 몸에 익혀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자연재난에 대한 대비도 마찬가지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과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안전과 재난 대비를 생활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제 본격적인 농사철로 접어들었다. 각종 농기계를 사용하고 농약을 살포하며, 때로는 공동작업도 이뤄질 것이다. 농기계를 사용하기 전에 기계적인 결함은 없는지 매일매일 꼼꼼히 점검하고 안전수칙을 지켜 농작업에 임할 필요가 있다. 농약도 사용법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안전하게 사용해야 한다. 사고로 인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생각하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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