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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지분유 재고 많아 "부산물"인 생크림·버터 생산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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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지인배
한국경제 기고| 2016년 7월 4일
지 인 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4년 원유 공급 과잉…탈지분유·생크림 공급 급증
올 들어 수급 안정되자 생크림 생산 급감…공급 부족 커져
우유 소비 계속 줄고 있어 유가공제품 틈새시장 개척해야


생크림·버터 대란의 원인과 해소 방안

최근 유제품시장에서 생크림과 버터의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原乳)가 남아도는 것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원유의 생산·가공·유통·소비 과정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원유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살펴보자. 국내 생산 원유의 약 70%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흰우유(市乳: 시유)로 가장 많이 소비된다. 나머지 30%는 발효유,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조제분유 등의 형태로 가공돼 소비되거나, 전지분유나 탈지분유로 가공돼 보관된다. 

 

이렇게 보관된 분유는 나중에 시유, 발효유,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생크림과 버터는 우유를 건조한 탈지분유(지방을 제거한 분유)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지방으로 만들어진다. 즉 생크림과 버터는 탈지분유 제조과정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유의 지방 성분은 3~5%밖에 되지 않아 그 생산량이 많지 않다. 특히 생크림은 쉽게 변질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고 보관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수입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2015년 기준 국내 원유 생산량은 216만8000t이고, 제품 기준으로 생크림은 3만7453t, 버터는 3585t이다. 생크림은 9105t, 버터는 6189t을 수입했다.
 

이제 유제품 생산과 공급 과정을 살펴보자. 유업체는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구매해 유가공장에서 시유, 발효유, 치즈 등 다양한 유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유업체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순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수익성이 가장 좋은 품목은 시유이며 발효유와 조제분유 등이 뒤를 잇는다. 이 과정에서 남거나 필요한 일정량의 원유는 건조해 탈지분유나 전지분유로 가공해 보관했다가 다른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한다. 그런데 탈지분유는 국내산이 ㎏당 1만2000원 수준인 데 비해 수입품은 ㎏당 3000원 수준으로 국내산의 가격 경쟁력이 매우 낮다. 따라서 유업체가 탈지분유를 생산하면 그만큼 업체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탈지분유를 생산하려고 하지 않는다. 수입 탈지분유를 이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어서다. 국내 원유가격은 미국, 뉴질랜드, 유럽연합(EU)보다 2배 이상 높아 탈지분유 가격도 그만큼 비쌀 수밖에 없다. 현재 유업체는 농가와 계약을 통해 원유를 일정 가격에 전량 매입하게 돼 있다. 따라서 공급과잉 때는 탈지분유 생산이 증가한다.
 

생크림은 탈지분유 부산물

다음으로 국내 낙농업 현황을 살펴보자. 한국은 국토 면적이 좁기 때문에 집약농업이 발달했다. 외국의 넓은 초원에서 젖소를 방목하는 조방농업과 달리 일정 면적의 축사에서 조사료(풀사료)와 곡물사료를 먹여 원유를 생산한다. 조사료는 일정량이 국내에서 생산되지만 곡물사료는 대부분 수입 곡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원유 생산비가 높고 원유가격도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유제품 시장은 높은 원유가격으로 인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고 수입이 어려운 시유 중심으로 발달했다. 시유를 제외한 치즈, 버터, 분유 등 유제품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 미국, 뉴질랜드, EU 등 낙농 선진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유제품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생크림은 쉽게 변질하기 때문에 냉동으로 수입한 제품을 녹여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아 그나마 국내산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
 

2010~2011년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3만마리 이상의 젖소가 살처분돼 원유 공급이 2010년 207만t에서 189만t으로 크게 줄자 정부와 유업체는 원유 증산 정책을 폈다. 원유 기본가격이 2011년 ㎏당 683원에서 810원으로 18.5%, 2013년에는 913원으로 12.7% 올라가면서 농가의 수익성이 개선돼 생산 의욕 또한 커졌다. 반면 저출산과 대체음료 증가 등 국내 시유 소비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시장 여건에 따라 2014년과 2015년에 원유의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했으며, 유업체들은 남아도는 원유를 탈지분유로 만들어 저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유업체가 많은 분유 재고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업체의 분유 재고량은 2013년 원유 기준 9만2677t(분유 기준 7328t)에서 2014년 23만2572t(1만8484t), 2015년 25만2762t(1만9995t)으로 크게 증가했다. 유업계는 적정 재고량을 분유 기준 5000~6000t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탈지분유 부산물인 생크림과 버터의 생산도 함께 증가해 소비자들은 국내산 생크림과 버터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국내산 생크림 소비 급증 

그러나 정부, 유업계, 낙농가가 원유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유 생산을 줄였고, 결과적으로 2016년 들어서는 원유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원유 공급을 줄이기 위해 원유가격연동제를 우유 생산비가 ±4% 이상 늘거나 줄 때만 조정하는 것으로 개선했으며 △농가 자율의 착유우 도태(9884마리) △초과 생산분 원유가격 인하(300~500원→100원) △정상가격 지급 물량 범위 축소(100%→93~96%) △원유 연간총량제 중단 △원유 위생하위등급 벌금 인하(4~5등급은 700~1000원→100원) 등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유업체는 탈지분유 생산을 크게 줄였으며, 생크림과 버터 생산량도 함께 줄어들었다. 지난 2년간 여유로웠던 생크림과 버터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소비자의 갈증이 더 커진 것 같다.
 

이처럼 생크림과 버터의 생산과 공급 이면에는 복잡한 낙농산업과 유제품 시장구조가 존재한다. 국내산 탈지분유가 수입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상황에서 유업체가 수익성이 낮은 탈지분유(생크림, 버터)를 추가로 생산하기는 여의치 않을 것 같다. 한국과 낙농산업 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보자. 시유를 제외한 유가공품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원유와 대부분 유제품을 자급하고 있다. 홋카이도는 낙농업이 발달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추진되면서 낙농을 포기하는 축산농가가 늘고 있고, 이로 인해 원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탈지분유 생산이 줄어들면서 생크림과 버터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부족한 생크림과 버터를 수입으로 충당한다. 대부분 유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한국도 단기적으로는 생크림과 버터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가공 제품 틈새시장 노려야

그러나 시유 소비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시유 시장만 바라보고 낙농업을 이끌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목장형 유가공을 중심으로 유가공 제품의 틈새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유가공품에 대한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원유 생산비를 낮춰 국내산 유가공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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