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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마음과 지속적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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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23년 2월 28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일본의 수도인 동경에서 빠른 기차로 1시간 10분쯤 지나 또 30~40분 가량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면 가와바무라(川場村)라는 산골 지역이 나타난다. 별다른 자원도 없고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곳에는 매년 24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심지어 재방문하는 인구가 절반이나 되기에 이들은 ‘한번도 가와바에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가와바는 기초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정주 인구는 고작 3100명 규모이다. 인구가  이렇게 적지만 행정구역 합병을 하지 않고 ‘자립’하는 지자체를 유지하고 있다.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매일 가와바로 일하러 오는 인구가 700명, 방문하는 인구가 240만 명이라고 하니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이 시대에 가와바의 비결이 궁금해진다.


가와바는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지역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마을기업인 ‘전원플라자’를 중심으로 지역 특산물을 파는 파머즈마켓,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하는 식당, 빵·치즈·요구르트·수제맥주 생산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원플라자는 국도변에 위치한 일본 전체 1450개 휴게소 중에서 방문객이 가장 선호하는 1위 휴게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통도 불편한 산골 지역임에도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이유가 뭘까. 그 답을 마을기업 대표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을기업 대표인 지역 출신의 나가이 사장은 ‘기업가정신’을 크게 강조한다. 특히 지역 특산물을 저렴한 상품이 아니라 가치를 높여 이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고급 상품으로, 수출 상품으로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예 특산물을 기획할 때부터 어디에도 없는 ‘온리 원(Only One)’을 추구했기에 이제는 동경의 가장 번화가인 긴자의 백화점 식품코너에도 가와바 치즈가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지역이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른 점은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도시와의 관계맺기 사업이다. 동경에서도 부자 동네로 알려진 세타가야구와 1981년 ‘제2의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세타가야구민을 위한 거점시설을 두 곳 만들고, 학생들을 위한 자연학교와 계절교실, 어른들을 위한 농업기술교실, 모내기 및 벼베기 체험, 사과 과수원 체험, 수제 소바 만들기, 목공예와 낚시 교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 일을 도맡아 할 ‘세타가야·가와바 고향공사’도 합작으로 설립해 운영중이다.


놀라운 점은 세타가야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의 농촌체험 이동교실이다. 세타가야구 내의 61개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5학년이 되면 2박 3일 동안 가와바에서 사과 키우기, 고구마 캐기, 벼 베기 등을 체험해야 한다. 정규 수업과정에 포함되어 있어 세타가야구 5학년생 6천여명 대부분이 참여한다. 전원플라자, 고향공사 등을 비롯해 다양한 일자리가 많으니 가와바에는 청년들이 마을로 돌아오고, 청년들이 들어오니 신생아 출산도 늘기 시작했다 한다. 5학년 시절 가와바를 경험했던 세타가야구민 중에 가와바로 귀촌하는 이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타가야구민들에게 가와바가 제2의 고향으로서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가와바에서 벌이고 있는 매우 특별한 정책이다. 가와바 조례를 제정해 지역 내의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환경을 정비할 때 무문별한 난개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데, 이 상세 내용을 세타가야구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두 지역이 마치 부부와 같은 관계를 맺었기에 가와바의 모습을 어떻게 가나갈 것인지는 공동의 과제라고 한다.

 

우리도 꽤 오래전부터 도농교류를 추진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교류를 통한 성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지역의 소멸을 걱정하기에 이르렀기에 이를 돌파하기 위한 경로로 가와바의 경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가와바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무엇보다 중요한 교훈은 관계맺기한 두 지역이 40년 넘게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중단없는 실천을 했기에 유효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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