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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는 전환점에 들어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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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인

농민신문 기고 | 2023년 3월 5일
김 종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통계청이 1월말 발표한 쌀 소비량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2022 양곡연도(2021년 11월∼2022년 10월)에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의 쌀 소비량은 56.7㎏으로 전년보다 0.4%(0.2㎏)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과거부터 쌀 소비는 지속해서 감소했다. 국민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축산물 소비가 증가한 반면 쌀 소비는 계속해서 줄었고, 직전 3년을 보더라도 전년 대비 감소율이 2.3%에 달했다.


만약 통계청의 쌀 소비량 발표치가 현실을 잘 반영했다면 ‘쌀 소비 감소 추세가 이제 어느 정도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변화는 대만의 쌀 소비 추세 변화와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대만은 2010년대 들어 연간 쌀 소비량이 44㎏대로 떨어졌지만 감소와 회복을 반복하며 2020년까지 44㎏대를 유지했다.


한쪽에서는 우리나라의 쌀 소비 감소 추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올해 쌀 소비량 발표치를 쌀 소비가 전환점에 돌입했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삼는 것을 주저한다. 실제 농협을 포함한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협회들의 쌀 판매량 합계자료를 살펴보면 2022 양곡연도의 쌀 판매량이 전년보다 10% 가까이 감소했다. 최근 쿠팡 등 온라인 채널 판매 비중이 늘고 RPC 같은 전통적인 채널의 유통량과 판매 비중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쌀 판매량 감소 추세가 크게 바뀌었다고 볼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울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둘 모두 어느 정도 공신력 있는 수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양곡소비량 조사는 국가 공식 통계자료기도 하고, 그 내용을 봐도 1500여가구를 대상으로 1년에 걸쳐 여러차례 설문조사를 해서 발표하는 전국 단위의 광범위한 조사다. 농협과 민간 RPC협회 판매량 합계 또한 전체 쌀 유통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쌀 판매 흐름을 읽는 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쌀 소비 추세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통계청의 쌀 소비량 발표는 정부가 쌀 수급 대책을 세울 때 중요한 근거자료로 쓰인다. 정부는 2022년산 쌀 수확기 대책을 발표하며 쌀시장 안정을 위해 연간 예상 수요량 대비 과잉으로 추정되는 햅쌀 37만t을 격리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의 쌀 소비 감소 추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격리 물량을 산정했던 것인데, 이번 통계청 발표로 쌀 수요량이 당초 추정치보다 6만t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가 격리 규모를 계획대로 집행하면 시장에 쌀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쌀 소비량은 이처럼 시장격리 관련 결정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쌀 수급 안정을 목적으로 한 논 타작물 전환 정책의 시행 여부와 정책의 사업 규모를 결정하는 데도 주요 근거로 활용된다. 올해만 해도 쌀 공급과잉 완화와 타작물 자급률 제고를 위해 1121억원의 전략작물직불 예산이 정부 예산으로 책정돼 집행될 예정이다.


쌀 소비 감소폭이 완화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쌀산업에 청신호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한해 조사치만을 놓고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쌀 소비 추세 변화가 정책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양한 유통 단계의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 분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쌀을 포함한 식량 정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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