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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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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준기

한국일보 기고 | 2023년 3월 17일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농업도 성장하고 있다. 성장하지 못하는 산업은 그 의미를 잃는다. 농업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비중이 축소되었다. 그렇다고 농업이 쇠퇴했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농업은 성장을 멈춘 것이 아니다. 다만, 다른 산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린 것이다. 농업은 산업으로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농업의 성장 속도가 느린 것은 기상 변화 노출, 긴 생산주기 등 농업이 가진 특성도 있지만, 농산물이라는 필수재를 공급하는 농업의 역할에서 오는 제약도 있다. 농산물 수급의 불안정은 가계 소비에 영향을 주며, 심하면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농가 입장에서는 농산물 가격을 통해 충분한 수익을 올리거나 효과적인 경영위험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농업 여건이 날로 변하고 있다. 최근 국제정세 변화로 시장에서 비용만 지불하면 식량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소득증가로 농업은 필수재 이상의 농산물 공급을 요구받고 있다. 농업 기반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사례도 늘고 있다. 농업의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


농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조건은 농업의 내실화와 기회의 현실화다. 농업 성장이 단지 새로운 분야와의 연계만을 강조하거나 지표 개선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농업의 해묵은 쟁점 중 하나가 성장과 소득 간의 괴리 문제다. 농업생산액이 늘고, 효율성이 높아졌음에도 이러한 노력이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성장은 큰 의미가 없다. 농업 총수입 중 65% 이상이 경영비이다. 최근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인상 움직임 등은 경영비 상승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농업 생산의 혁신이 필요하다.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농산물 가격이 기상 변화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 농산물 유통 방식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고, 거래 방식도 다양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다. 농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제대로 농업소득에 돌아가도록 농산물 거래 질서를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한편,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있다. 식품산업은 물론, 그린바이오, 애그테크, 스마트팜 등이 그 예이다. 새로운 변화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인력, 자본 등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농업은 홀로 성장하지 않았다. 기계산업 발전이 농업기계화의 기반이 되었고, 민간 R&D 개발이 농업 기술 발전을 견인했으며, 국민의 지지로 생산기반 정비 등 농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다. 농업의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위해서 일반산업과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위기와 기회는 이란성 쌍둥이처럼 거의 동시에 나타난다. 농업은 고령화, 경영비 상승, 가격 불안정 등의 어려움과 함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맞고 있다. 위기는 극복하고, 기회는 잡아야 한다. 생산 혁신과 유통 개혁으로 농업을 내실화해 수익성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농업과 관련된 산업 간 역량 결집과 협력으로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농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결국, 농업이 가치 있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내실화와 기회의 현실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지혜와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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