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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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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윤영

광남일보 기고 | 2023년 6월 6일
최 윤 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성장·발달이 이뤄지는 아동기의 적절한 영양 섭취와 식습관은 생애 전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적정 영양수준에 있는 인구는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삶의 질이 높으며, 경제활동 생산성이 높고, 국민 의료비 지출이나 기타 사회적 비용 부담을 감소시킨다.


2005년 미국 의학저널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은 비만으로 인해 미국 현재 세대의 수명이 2~5년 짧아질 수 있으며, 2세기 후에는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의 기대수명이 더 짧을 수도 있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또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전반적인 영양수준이 향상됐지만 식습관의 서구화, 패스트푸드 선호 등으로 비만 유병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9세의 에너지 및 지방 과잉 섭취자 비중은 2007년 1.5%, 2010년 3.2%, 2015년 5.0%, 2020년 7.1%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10년 초반부터 2020년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우리는 ‘알파 세대(Gen-α)’라고 부른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밀레니엄 세대(Millenials)’ 부모를 둔 이들은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등을 목적으로 일상생활에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에 상시 노출돼있다.


문제는 건강하지 않은 식품의 마케팅이 비만과 같은 식생활 관련 질병(diet-related diseases)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소아과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ediatrics),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등은 미취학 아동의 경우 식품 마케팅의 목적을 이해할 정도의 인지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하지 않은 식품의 마케팅에 노출은 비만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국민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간편성과 편의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가공식품과 외식의 소비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원시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구의 식료품비 지출액 중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5%에서 2021년 30%로 증가했다.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00년 42%에서 2019년 49%로 증가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나트륨 섭취의 95% 이상을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한다. 또한 메뉴의 특성상 외식이 잦은 사람은 가정식을 즐기는 사람보다 더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2019년 기준 우리 국민의 1인당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289㎎으로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량인 2000㎎보다 1.6배 높다. 연령별 1일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 비율을 살펴보면 미취학 아동(3~5세)과 청소년(12~18세)의 섭취율이 각각 10.1%와 10.3%로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과 가공식품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사회적 환경변화 속에서 식품기업이 어떠한 제품을 생산하는가는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어린이 식품·음료 광고 개선협회(CFBAI, Children’s Food & Beverage Advertising Initiative)는 건강한 식품 환경 조성을 위한 식품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통감하고, 회원사들의 제품이 일정 영양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어린이 대상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코카콜라, 버거킹, 허쉬, 켈로그, 맥도날드, 네슬레, 펩시 등 21개의 식품 대기업들이 이러한 자발적 규제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식품 마케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맥도날드, 버거킹, KFC, 웬디스, 서브웨이 등 5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는 ‘건강한 어린이 메뉴’를 선언하고, 어린이 메뉴 음료로 탄산음료 대신 흰 우유, 100% 주스와 같은 건강한 음료를, 사이드 메뉴로 감자튀김 대신 신선과일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식품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ESG일 것이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코로나19 등 새로운 질병의 등장 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건강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이 식품기업에게 바라는 ESG 경영활동은 건강한 식품 환경 조성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국내외 ESG 경영 추진현황 파악 식품제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국내 식품기업의 7%만이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생산활동’을 ESG 경영활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인의 지난 연구(소아비만 저널 Pediatric Obesity)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건강한 식품 제공은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건강한 식품을 생산·제공하는 것은 소비자와 식품기업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다. ESG 경영활동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부디 식품기업들이 건강한 식품 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적 책임에 통감하고 이를 실천하는 데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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