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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곡물 95% 이상, 식용 곡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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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한국농정 기고 | 2024년 4월 14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곡물 95% 이상, 식용 곡물 100%’. 중국의 식량안보 관련 자급률 가이드라인이다. 첫 출발은 ‘식량 95% 이상, 곡물 100%’였다. 그러나 식량 생산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공용 및 사료용 곡물과 대두의 수요 증가로 수입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2010년대 초반 결국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현재 이 가이드라인은 지켜지고 있고 이를 사수하기 위한 조치들도 제법 촘촘하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시행 중인 식량안보 정책을 법제화한 「식량안보보장법」도 제정했다. 올해부터는 중장기 수급 전망에 기초해 5000만톤의 식량을 증산한다는 계획도 시행 중이다.


중국이 식량 자급률 가이드라인을 사수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정책은 다양하다. 먼저 보전해야 할 경지와 기본농지(용도 변경 불허 경지)의 총량 마지노선을 각각 18억무(약 1억2000만ha)와 15억6000만무(약 1억400만ha)로 정하고 무조건 사수를 강제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경지를 개발용지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 동일한 면적과 질의 경지를 반드시 보충하도록 함으로써 실효적으로 경지 총량을 보전하고 있다.


다음으로 식량재배 농가(농업경영체)의 소득 안정과 식량 생산의 적극성을 유인하기 위해 투입재 보조, 시장가격지지, 소득보전 직접지불 등 각종 보조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농업과학기술 측면에서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농업의 반도체라 불리는 종자산업의 진흥에도 주력하고 있다.


식량안보성장책임제(食糧安保省长責任制)는 국내공급 안정을 위한 실효적인 정책 수단이다. 출발은 1995년부터 실시한 ‘쌀포대 성장책임제(米袋子省长責任制)’이다. 명확한 규정이나 지표, 평가체계 등이 갖춰지지 않은 채 명목상 운영되다 2014년부터 공식적인 제도로 확립됐다. 각급 지방정부의 장이 관할 행정구역 내 경지 보전, 식량의 생산·비축·유통·가공·절약 관련 사항을 책임지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평가해 고과에 반영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은 식량안보에 관한 한 전 세계 경지와 수자원의 약 7%와 6%를 가지고도 전 세계 인구의 약 20%를 부양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한껏 치켜세운다. 후진타오 정부 시기 총리를 역임했던 원자바오(温家宝)는 일찍이 “13억 인구 대국인 중국이 스스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세계에 대한 가장 큰 공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중국 특유의 자기과시적인 레토릭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맞는 말이다. 그동안 보여준 내공에 더해 식량자급률 가이드라인 사수를 위해 중국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식량안보 관련 조치들은 세계가 우려하는 중국발 식량위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상당한 정도로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세계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식량안보가 중요한 화두이다. 식량안보 확보에 관한 한 어쩌면 아주 모범적인 사례일 수 있는 지척의 중국을 벤치마킹해 취할 것이 있다면 취하는 실사구시적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가능하다면 법률 제정도 고려해 보고 중앙정부과 지방정부 간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역할 분담 방안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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