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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칼럼] 양곡관리법 대신 '쌀 문제' 해결할 뾰족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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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칼럼] 양곡관리법 대신 '쌀 문제' 해결할 뾰족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재투표를 거쳐 최종 부결되었다. 이제는 여야와 정부 모두가 한 걸음 물러나 차분히 대안을 마련할 때이다. 그러나 대안 마련은 먼저 쌀가격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쌀가격이 문제가 된 근본 원인은 쌀의 공급과잉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벼 재배면적은 107만ha에서 73만ha로 약 34만ha 줄었다. 34만ha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라남북도를 합친 전체 벼 재배면적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쌀 생산량은 여전히 소비량을 웃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70만톤이었는데 쌀소비는 도시락과 떡을 포함해도 320만톤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매년 40만~50만 톤의 쌀이 남는 구조다. 이렇게 쌀 공급과잉이 계속되는 한 쌀가격의 하락세를 되돌리긴 어렵다. 아무리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해도 그리고 쌀 대신 여타 작물 재배를 통해 쌀 재배면적을 조정한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쌀가격 하락을 막을 수는 있어도 지속되기는 어렵다. 과잉 공급상황에서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격리량이나 조정 면적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재정부담 증가로 이어져 정책 지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그런 제도를 시행했던 선진국들도 궁극적으로 해당 정책을 폐기했다.
 
결국 수요에 맞게 쌀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쌀 농가도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쌀 생산을 수요에 맞출 것인가? 시장기능의 회복이 답이다. 쌀값이 시장에서 수급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면 된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쌀값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쌀농사 수지가 나빠지면 이듬해 쌀농사를 줄이거나 아니면 수지가 좋은 다른 작목으로 옮겨가고, 결국 쌀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쌀 생산은 소비에 맞춰지게 된다.


물론 시장기능의 회복만으로 쌀가격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에 더욱 심해진 쌀가격의 변동성 확대는 더욱 그렇다. 쌀 작황은 기후조건에 크게 의존하고, 수요도 비탄력적이어서 조금의 생산량 변동만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내린다. 자연 쌀 농가의 경영이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수확기 쌀가격의 변동 폭을 줄여줄 대책이 필요한데, 가격위험완충제가 제격이다. 즉, 쌀가격이 평년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그 차액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쌀 가격이 추세를 크게 벗어나더라도 쌀 농가의 경영은 위협받지 않고, 안정적 생산으로 이어진다.


가격위험완충제는 쌀과 경쟁하는 주요 농산물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벼 재배면적이 전체 경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쌀만 가격 급등락의 위험을 줄여주면 타 작물에서 쌀로 전환을 유인하여 쌀 과잉 공급 해소와 모순된다. 또한 주요 농산물에 가격위험완충제를 적용하면 쌀 공급과잉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쌀을 대체할 수 있는 콩은 가격 급등락이 쌀보다 약 2배 크다. 따라서 콩에 가격위험완충제를 도입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콩 농사에 전념할 수 있어 콩 재배의 증가 내지 쌀에서 콩으로 전환을 유인할 수 있다. 이는 건고추와 고구마, 감자 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요컨대 주요 농산물에 가격위험완충제를 도입하여 농가들이 쌀 이외 다양한 작목을 비교우위에 따라 선택, 재배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작황 변동의 위험을 줄여주는 작물보험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이를 통해 주요 농산물의 가격과 작황의 변동 위험이 줄어들면 안정적 생산공급으로 이어져 밥상 물가의 안정은 물론 식량안보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가격위험완충제의 성공 여부는 보전을 위한 기준가격의 수준에 달려있다. 따라서 보전기준가격은 최근의 수급을 반영할 수 있는 평년 가격으로 하고,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 변질되지 않도록 평년 가격 반영의 원칙을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 과거 쌀 변동직불제가 정치적 이익에 따라 목표가격이 계속 상향 조정되면서 과잉생산 유인과 재정부담으로 폐지된 아픈 경험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가격위험완충제 재정 소요는 WTO(세계무역기구) 감축보조금 한도 이내여야 한다.
 
한편 수확기 쌀시장은 수확된 쌀을 공급하는 쌀 생산 농가와 이들로부터 쌀을 구매하는 가공유통업체가 주체다. 쌀가공유통업체는 수확기에 농가로부터 쌀을 구매하여 이듬해 수확기 직전까지 쌀을 저장해 판매한다. 따라서 수확기 쌀가격은 이듬해 쌀이 부족해지는 단경기의 쌀가격에 대한 기대치가 큰 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로 단경기 쌀가격에 대한 기대치가 합리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관련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 전년도 생산량과 시장격리량, 민간 재고, 연산별 정부 재고와 판매 예정량, 가계 및 가공업체의 소비량 등 기대치 형성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일일 또는 주 단위로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쌀 과잉 공급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쌀 농가의 소득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쌀 농가가 생태환경 보전과 탄소배출 감축 등과 같은 공익적 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공익형 직불제의 확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
 
최근 쌀가격 문제 해결을 위해 농정 전반의 일대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무엇이 진정 쌀 농가와 한국 농업의 발전을 위하는 길인가를 정부와 함께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출처: 아주경제 ([서진교 칼럼] 양곡관리법 대신 '쌀 문제' 해결할 뾰족수는 | 아주경제 (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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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5.18
작성자 정솔